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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한국현대사>50.끝.연재를 마치며 3人 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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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본사가 광복 50주년.창간 30주년 기념 특집기획 기사로 금년 1월부터 매주 연재한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가 50회를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기획기사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종합적 성과와 앞으로의 현대사 연구 과제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사회:「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는 19세기 후반인 개항때부터 1970년대 말까지 약 100년간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거나 민족의 진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주제들을다루었다.또 학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도 심도있게 취 급했다.그러나 지면 제약상 개항과 일제시기는 중요한 흐름만 짚었고 해방 이후의 시기에 보다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그동안 국내는 물론 미국.러시아.중국 등 해외에서 발굴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연재했다.저희 연재물에 대한 종합평가를 한다 면.
도교수: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가 주축이 돼 50회의 현대사를 꾸준하고 무게있게 연재해줘 저 자신을 비롯한 전공자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됐다.연재 초반은 시간적 흐름을 기본축으로 잡고 근.현대사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새로운 시 각에서 살펴보는 형태로 진행됐다.그러다 현대사 즉,본 분야에 들어와선 국내.외에서 새로 발굴한 자료중심의 연재방식으로 바뀌었다.이같은연재 중간의 변화는 시기적 순서를 무시한 점에서 독자들에게 다소 혼란을 주었지만 흥미와 관심을 불 러일으킨 측면에서는 매우적절하고 바람직했다.내용면에서는 지면을 통해 널리 홍보된 스티코프비망록.독촉 회의록.니콜스 회고록.미국대통령 기념도서관 소장문서 등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많은 자료들이 소개돼 상당히인상적이었다.
김교수:일반 독자들뿐 아니라 우리 학계에도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줬다.수많은 1차 자료들을 발굴해 현대사의 공백을 메웠고자료들을 통해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밝혀냄으로써 현대사의 잡다한 설들을 정리해 정설이 정착될 수 있는 터전 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왜곡을 바로잡는 측면에서도 공헌한 바 컸다.아쉬운 것은 지면 제약상 현대사의 중요한 문제들을 골고루 다루지 못하고 다분히 인위적인 주제 선택을 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다.또 정치사 중심으로 연재물을 끌고 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윤교수:1차 자료 중심으로 연재해 매우 신선했고 흥미진진하게읽었다.전문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상당히 큰 도움이됐으리라 생각한다.오늘을 사는 우리는 수많은 복잡한 사건들 속에서 살다보니 자신이 살았던 삶의 모습마저 되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이 연재물은 우리가 몸소 겪었던 오늘의 역사를생생하게 다시 그려냄으로써 우리 민족이 당면한 삶의 문제를 냉철히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공헌을 했다.다만 탈냉전이 시대적 흐름이고 현재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숙제가 통일문제라고 할 때 현대사를 지나치게 냉전적 시각으로 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사회:80년대 들어 현대사연구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그러나 현대사연구는 대체로 45년 해방 이후부터 53년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8년간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이는 자료 획득의 어려움이라든지 민감한 주제를 객관적으로 다루기에는 시기가 너무가까운 점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현대사연구는 이같은 제약조건을 뛰어넘어 연구범위를 넓혀야 하는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김교수:양적인 면에서 북한 현대사에 대한 연구가 너무 미약하다.현대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평가하기 위해 북한 연구는 필수적이다.북한의 정책과 상황이 우리 현대사를 규제한 측면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같은 비율은 아니더라도 우리 현대 사를 다룬 양만큼의 연구는 이뤄져야 한다.한-일관계 역시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분야다.두나라 사이에는 한-미관계 못지않은 중요한 쟁점들이 있다.한-일관계 전반에 관한 폭넓은 연구가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또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결시 키는 구체적 작업의 일환으로 국제환경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도교수:현대사연구의 중요과제로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첫째,시기별 연구대상의 확장문제다.근대로도 올라가고 한국전쟁 이후로도 연구범위를 넓히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한국 근.현대사의 과제는 서로 많이 얽혀 있어 근대와 현대를 연결해 보는 역사적긴 안목을 갖춰야 한다.둘째,분야별 연구의 상호확장과 연계다.
현대사는 지나치게 정치사 중심이다.어떤 연구가 총체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표피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상당히 다각적인 규명이 필요하다.현대사 분야는 아직 연구기간이 짧아서인지 몰라도 정치사 서술에만 맴돌고 있다.경제사나 문화.사회사 등 다른분야로 연구범위가 확장되고 서로 연계돼야 한다.
윤교수:우리나라는 유난히도 국제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나라다.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국제정치와 어떻게 연결돼 일어났는지 국제적 맥락에서 조명하면 좀더 입체적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또 다른 과제는 현대사뿐 아니라 한국사 연구의 국제화다.외국인들과 얘기하면서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그들이 왜곡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들은 일본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전파시킨 관점에 익숙해져 있다.한국사에관한 주요 저술이나 독특한 쟁점들에 관한 논문들을 외국어로 번역해 발표해야만 한다.우리의 논저들이 국제무대에서 유통돼야만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세계에 인식시킬 수 있다.
사회:지금 윤교수께서 현대사,더 나아가 한국사의 세계화 문제를 지적하셨다.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같은데.
김교수:우리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먹혀들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연구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작업 못지않게 우리의 주체적 사관과 맥을 같이 하는 외국학자들의 연구가 나와야만 한다.그래야 우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외국 학술단체나 학 자들과의 끊임없는 교류가 필요하다.
도교수: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세계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세계사에서 대두되고 있는 현대사의 여러 쟁점들을 한국사에서 다시점검해야 한다.가령 싱가포르에서는 아시아의 성공적인 근대화의 주요 동력으로 유교를 꼽고 있는데 한국사에서 이 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언론의 입장에서 현대사를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윤교수: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화두(話頭)는 아마 「탈냉전시대의 열린 민족주의」일 것이다.탈냉전시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냉전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발굴해 내는 작업 못지않게 민족통합을 위해 어떤 기반을 조성해 나갈 것이냐 하는 쪽에 초점을맞춰야 한다.
또 국민 의식을 열린 민족주의로 향하도록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다.우리 국민은 과거 국제관계에서 피해를 봤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저항적 민족주의및 폐쇄적 민족주의 관념을 갖고 있다.그러나 국제관계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그 속에서 헤엄치고 생존하며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 체계화해야 한다.언론이 그런관점에서 현대사를 조망한다면 독자들도 시대정신에 맞게 현대사를보는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政權평가 多角 분석을 김교수:현대사는 다양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예컨대 남북한문제를 이념적 관점에서만 다룰 때 거기서 나오는 결론은 또다른 편향의 어떤 결론일 수밖에 없다.남쪽은 식민지 청산을 못했는데 북한은 했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보다 더 정통성이 있다.이같은 결론은 분석의 시각이 단세포적이기 때문에 그렇다.민주주의및 민족주의적 관점등 다양하고 복합적 시각에서 남북한문제를 다루면 보다 객관적결론이 나오게 된다.역대정권에 대한 평가도 권력 측면에서만 할것이 아니라 경제.문화.사회등 여러 각도에서 분해해 봐야만 한다. 도교수:현대사연구는 과거를 단순하게 파헤치는 차원을 넘어민족의 미래에 무엇을 제시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우리의 경우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라는 과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 해석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언론은 자료발굴과취재 그리고 문제의식을 선도해 나가는 측면에서 현대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또 신선하고 쟁점이 되는 주제에 대한 고급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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