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신중현 찾아간 소프라노 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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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말 대중음악가 신중현(68)씨 집에 한 소프라노가 찾아왔다. 신중현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던 소프라노 신문희(37·사진)씨였다.

그는 “곡을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청을 넣었다. 1973년 펄 시스터스를 위해 만들었다가 김정미라는 가수가 부르게 된 ‘간다고 하지마오’라는 곡이었다. 결국 신중현씨는 곡 사용 허락과 함께 마무리 손질까지 해줬다.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음대 교수인 신문희씨는 “원래 겁없이 덤비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노래를 공부하고 싶어 런던에 무작정 찾아갔을 때부터 주위에서 절 그렇게 불렀어요.” 이어 2004년 팝 음악 위주의 크로스오버 앨범을 내놨을 때도 주변의 만류를 뿌리쳐야 했다고 한다.

신중현의 음악이 수록된 이번 앨범 ‘더 패션(the passion)’은 신문희씨의 두번째 크로스오버 앨범이다. 앨범에 실린 열 곡에는 이 용감한 소프라노의 경험이 녹아 있다. 10대 시절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배웠던 판소리의 경험은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는 힘있는 목소리에 실렸다.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경험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아리아를 부를 때 드러난다. 신문희씨는 “신중현씨가 ‘죽었던 내 음악이 살아돌아온 것 같다’며 기뻐했다”며 “앞으로도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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