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정태수와 한보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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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은 최근까지만해도 98년께 한보가 10대 그룹으로 클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사업확장의 야심이드높았다.그러던 그가 이번 盧씨의 비자금사건에 맞물려 또다시 고비를 맞게 됐다.
세무공무원 출신인 그는 74년 한보상사를 설립하면서 늦깎이 사업가로 뛰어들었다.76년 한보주택을 설립해 은마아파트분양으로「큰 돈」을 만지면서 고속성장의 길을 걸어왔다.사업가로서의 鄭씨는 정치권의 핵심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사업을 확장해갔다. 그러나 91년 6공 최대 비리인 수서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물러나고 수감생활도 하는등 시련에 봉착한다.야권은 「슬기롭게도」(?)당시 제기됐던 청와대 비자금관련 의혹에 대해 그가 함구로 일관해 한보와 「실력자」를 함께 살리는 공헌으로 유착의 고리를 되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鄭씨의 남다른 재주도 부각됐다.골프장매각때 수백억원을 낼 것을 3억원에 처리하는 절세(節稅)솜씨(91년),정.재계인사 「내사람 만들기」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수완등등….
그간 「독실한」 사주팔자 신봉자로 공장 기공식.출장일을 길일을 택해 정했다는 것도 모두 실력자와조정한 일정을 둘러대기 위한 대외 명분일 뿐이라는 시각도 최근 등장하고 있을 정도.
수서사건이 가라앉자 연산 700만의 당진 철강단지를 건설하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는 완전재기의 자신감을 드러내 유원건설인수등 영토확장에 나섰다.심지어 청와대의 재계오찬 모임에서 저돌적으로 한 비서관과 말다툼을 벌일 정도였다는 후문.
지난 8월에는 24년 연하의 새 배우자와 네번째 결혼하며 매사에 왕성한 의욕을 보여왔다.이때 시중은행 실력자가 대거 하객으로 참석,「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한보그룹은 ㈜한보.한보철강등을 주력기업으로 해 올 9월 현재26개 계열사에 자산기준 18위로 뛰어올랐다.
한보그룹은 작년말 기준 건설회사인 ㈜한보(94년 매출 5,433억원).한보철강(5,353억원).한보에너지(413억원)등 15개 계열사에서 1조3,1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98년께 한보철강 당진공장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면 매출이 급신장해 재계순위 8~9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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