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쇠고기 5년 안에 실험실서 생산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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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20년 안에는 기계와 인간이 결합된 신인류인 ‘트랜스휴먼’이 등장할 것이다.”

미래학자인 베네수엘라 출신 호세 코르데이로(46·사진) MIT 초빙교수가 19일 본사를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간개발연구원과 유엔미래포럼 한국본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세계의 미래, 아시아의 미래, 한국의 미래’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기 위해 이날 방한했다. 이 포럼은 23일 오후 3~6시 숙명여대 100주년 기념관 6층에서 열린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자연적인 진화가 아닌 인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 진화하는 ‘인공 진화(artificial evolution)’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윤리적인 문제에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데.

“진화는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간다. 생물학적 진화에는 시행착오가 있지만 인공 진화엔 없다. 종교적으로 과학을 인간에 적용하는 데 반대가 많지만 종교 또한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뀐다. 바티칸 천문학자가 최근 외계인이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한 것이 좋은 예다. 대단한 변화다.”

-식량 위기나 자연재해 같은 인류의 어려움을 언제쯤 과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식량 위기는 유전자 변형 곡물로 해결할 수 있다. 5년 안에 실험실에서 고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돼 소를 키우지 않고도 훨씬 안전한 쇠고기를 마음 놓고 먹게 될 것이다. 조류 인플루엔자(AI) 걱정 없는 닭고기도 실험실에서 생산될 것이다. 자연재해 통제·예측 시스템도 좋아질 것이다. 인류에게 가장 큰 도전은 식량 위기, 에너지 문제,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점점 도그마화하는 종교다.”

-최근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갈수록 높아지는 중화 민족주의가 아시아에 위협이라는 시각도 많다.

“과거 200년만 빼놓고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중국의 부상은 과거 역할을 되찾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거대 중국 기업은 외국 투자와 외국 시장을 필요로 한다. 정치적 긴장은 피할 것이다. 세계 인구의 20%인 중국인이 한국인처럼 교육받고, 부유해지고, 국제사회에 기여한다면 세계에 긍정적인 일이다.”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가 조만간 나타날까.

“차세대 에너지로는 태양 에너지가 가장 유력하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는 세계 전체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1만 배다. 이 중 일부만 활용해도 원자력이 필요 없다. 일본 우주항공국은 2030년까지 태양 에너지를 우주에서 모아 마이크로파로 지구에 원격 전송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적이라고 들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김정일이라 할 만하다. 석유 자원이 풍부한 부국을 차베스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남미와 세계에 큰 불행이다. 테러 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을 지원한 것도 드러났다. 나는 2000년부터 CNN 등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베스를 계속 비판하다가 두 차례 살해 위협을 받았다. 정문 앞에 ‘조용히 있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쪽지가 붙어 있던 적도 있다.”

글=최지영·사진=안성식 기자

◇호세 코르데이로=미래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유엔미래포럼의 베네수엘라 대표를 맡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대와 미 MIT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MIT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현재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탄압을 피해 일본 도쿄(東京)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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