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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장바구니 스타일 우린 ‘쇼퍼 백’ 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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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왼쪽부터)살바토레 페라가모, 코치, 고야드.

올 상반기, ‘스타일’로 가장 화제가 됐던 사람은 누굴까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도 분명 그중 한 명일 겁니다. 올해 나이 마흔에도 스타일만큼은 20대 못지 않습니다. 공식 만찬장 같은 곳엔 드레스에 우아한 핸드백을 들고 나서지만, 평소엔 어깨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를 풀어 헤치고 살짝 몸매를 드러내는 티셔츠에 ‘쇼퍼 백’을 어깨에 걸친 편안한 차림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장바구니처럼 생긴 ‘쇼퍼 백’입니다. 뉴욕에도, 파리에도 이 ‘시장 가방’을 든 여자들이 넘쳐납니다. 스타일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서울 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품 브랜드 ‘○○○’을 든 그녀도, 시장 브랜드 ‘XXX’을 멘 그 사람도 모두 ‘쇼퍼 백’입니다. 왜 장바구니가 스타일의 중심에 섰을까요.

글=강승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희귀 명품’의 ‘장바구니 스타일’

엠씨엠 쇼핑하며 이것저것 넣기 편하게 만들어진 ‘쇼퍼 백’. 요즘은 스타일의 상징이다.

쇼퍼백 유행의 시작은 단연코 고야드의 ‘생 루이 백’이다. 이 가방에 특별한 장식이라곤 브랜드 이름 고야드의 알파벳 중 ‘Y’를 본뜬 무늬가 전부다. 큼지막한 가방은 PVC 소재처럼 보이지만 아삼과 면, 마로 된 천연 재료에다 아라비아 고무를 덧칠한 것이다.

고야드의 100만원대 ‘장바구니’는 지난해 3월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월평균 2억원 정도씩 팔리던 것이 올 들어 월매출 4억원에 육박할 만큼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원래 프랑스어 발음으론 ‘고야르’인 이 브랜드는 1853년 여행용구 제작 장인인 프랑스인 에도메 고야르가 선보였다. 고향인 프랑스에도 파리 한 곳에 전문점 단 1개, 미국·일본 등 전 세계 5개국에 10개 매장밖에 없을 정도로 소규모 브랜드지만 요즘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다. 팝가수 마돈나,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등이 애용한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직후부터 톱스타들이 주로 들면서 입소문이 번졌다. 생루이백을 구입한 손모(42·여)씨는 “친구들 모임에 이 가방 하나쯤 없으면 안될 정도”라며 “격식 있는 자리엔 좀 그렇지만 편하게 들고 다니기엔 제격”이라고 말했다.

고야드가 불을 지핀 쇼퍼백 스타일은 올 들어 다른 브랜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가격대의 쇼퍼백이 출시되고 있는 것. 50만원대의 가죽 소재 쇼퍼백을 올 봄·여름 주력 제품으로 내놓은 MCM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이클 미셸스키는 쇼퍼백 스타일 인기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놨다. “쇼핑 때 많은 상품을 편리하게 넣을 수 있도록 크면서도 가볍게 디자인해 ‘쇼퍼백(shopper bag)’이라 부르는 이런 디자인은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한동안 무겁고 디테일이 많은 가죽 빅백이 대세였다면 이번 시즌엔 가볍게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과 컬러의 쇼퍼백이 트렌드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쇼퍼백은 기존 백보다 가벼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무거운 토트백에 지친 여성들에게 캐주얼과 정장, 그리고 어느 공간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인기다.”

#백 디자인, 편한 스타일이 대세

쇼퍼백을 직접 고른 사람들도 비슷한 이유를 댔다. 대학원생 이선영(28·여)씨는 “틀이 잡힌 딱딱한 핸드백은 정장 말곤 별로 들 데가 없다. 배낭을 메기엔 그렇고 화려한 핸드백 들기도 뭣한 때는 쇼퍼백이 가장 무난하다”고 했다. 직장인 강윤주(34·여)씨는 “각종 보고서에다 책이나 mp3, 화장품 파우치 등 무엇이든 다 넣어 다닐 수 있고, 또 필요할 땐 그냥 손만 쑥 집어 넣어 꺼낼 수 있어서 정말 편하다”며 자신의 쇼퍼백을 자랑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명품 매장이나 재래 시장 할 것 없이 다양한 스타일의 쇼퍼백이 등장했다.

프라다

서울에 문을 연 이탈리아 밀라노의 명품 편집 매장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선 자체 브랜드의 40만원대 쇼퍼백이 매장 1층을 가득 채우고 있다. 40만원대의 쇼퍼백은 고야드의 생루이백과 많이 닮았다. 디자인이 비슷한 이유는 고야드 제작 공장과 같은 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PVC 소재로 돼 있고 ‘10 꼬르소 꼬모’를 상징하는 동그라미 무늬가 특징이다. 프라다의 65만원짜리 쇼퍼백은 일명 ‘프라다 천’으로 불리는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졌다. 핑크색, 와인색, 오렌지색, 초콜릿색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에서 내놓은 ‘모데나’는 흰색과 오렌지색, 검정색 세 가지. 면 소재 가방이라 무척 가볍고 다른 쇼퍼백과 달리 사이즈가 조금 작은 편이다. 코치의 장바구니 모양 백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선 조금 작은 편이다. 천 소재에 가죽으로 된 꽃모양을 덧붙여 만든 것이 색다르다. 루이까또즈에선 24만원이면 쇼퍼백을 장만할 수 있다. 면 100% 쇼퍼백은 수채화 느낌의 프린트가 인상적이다. 밀짚으로 짠 듯한 라코스떼의 쇼퍼백은 19만원대로 비슷한 쇼퍼백 중에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나들이용으로 손색없다. 가격대에 따라 소재와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쇼퍼백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손잡이 한쪽에 작은 스카프나, 장식용 ‘참’ 같은 것을 걸면 개성을 뽐낼 수 있다.

◇촬영협조=강소영(모델·에스팀), 컬쳐앤네이쳐(헤어&메이크업),펜디 by 룩옵틱스(선글라스), 디젤(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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