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향후 수사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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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로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이 급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계좌추적등을 통해 盧씨 비자금 전체 규모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왔으나 그 스스로가 재임기간중 조성한 비자금 총액을밝혀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盧씨의 비자금 조성경위와 돈의 성격,이미 사용한 3,300억원의 사용처등에 대해 중점 조사키로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盧씨측에서 작성한 「비자금 내역서」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이 내역서에 5,000억원 전체에 대한 내용이 수록됐다면 앞으로 검찰 수사는 의외로 쉬워진다.관련자들의 소환조사등 사실확인 작업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盧씨측이 남은 액수에 대한 명세서만 제시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그럴경우 검찰이 3,300억원 조성경위와 사용처를 찾아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특히 이 자금중 얼마는 92년 대선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의 선거자금으로 흘 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조사는 사법처리보다는 단순한 해명성 수사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설사 대선 자금으로 유입됐더라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데다 검찰 스스로도 정계 전체를 공멸시키는 결과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 다음 난관이 盧씨에게 돈을 준 기업인들에 대한 처리문제다.盧씨에게 수뢰 혐의가 적용된다면 이들은 뇌물공여죄 적용 대상이다.
더구나 국내 유수의 기업체 대부분이 포함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게 검찰의 분석이다.따라서 이들 기업체 수사는 전반적인 경제위축과도 직결돼 섣불리 원칙론을 고수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단 진상은 밝혀놓고 보겠다는 입장이다.따라서 조사는 철저히,그리고 예외없이 하되 사법처리 단계에서 고려하겠다는 현실논리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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