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조성 1,700억 남아-盧전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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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27일 자신의 비자금 파문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임기간중 조성된 비자금은 약 5,000억원이며 퇴임당시 이중 1,700억원을 남겼다고 밝혔다.
盧씨는 이날 오전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연희1동 자택에서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으며어떤 처벌도 기꺼이 감수하겠으며 필요하다면 당국에 출석해 조사도 받겠다』고 말해 사법처리도 받아들일 각오가 서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자금은 주로 기업인들의 성금으로 조성됐으며,나의 책임아래 대부분 정당운영비등 정치활동,일부는 그늘진 곳을 보살피거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격려하는데 보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경위와 여야에 대한 92년 대선자금 지원등의 사용처,비자금 잔액의 소재,재산의 헌납여부등은 밝히지 않았다.
盧씨는 비자금이 남게된 경위에 대해 『주로 대선(大選)으로 인한 중립내각의 출범등 당시 정치상황의 변화때문이며 퇴임전에 나라와 사회에 되돌려 주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기회를 놓쳤다』고 해명했다.
그는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며 『이를 과감히 떨쳐버리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책임』이라고 밝혔다.
盧씨는 『바람이 있다면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상처받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며 『특히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마지막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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