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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LG, 강해진 기업광고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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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30년 동안 백조는 여자였다. 세상 처음으로 남자들만의 백조를 창조한다."

LG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이미지 광고의 내용이다. 이 광고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을 소재로 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를 여성 무용수가 아닌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로 바꿔 표현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이 광고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모든 것은 변화하며, LG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LG그룹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인화(人和)를 중시하며 온건하고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LG의 조직문화를 끈질기고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조직으로 확 바꾸겠다는 것이다. '강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신하겠다는 그룹의 전략은 경영이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 시절의 창업 이념은 '인화단결.연구개발.개척정신' 이었지만 요즘엔 '일등 LG'가 부쩍 강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창업 동지인 허씨 가문이 GS그룹으로 분가하면서 '변화'를 주창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GS그룹의 분가로 올해 LG그룹의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는 3위로 밀렸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산 규모 자체가 중요한 시대는 지났지만 계열분리로 인해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던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 부문을 일부 내줬다는 점에서 LG그룹은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구본무 LG회장의 잦아진 바깥 행보에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해 15차례 국내외 사업현장을 찾았던 구 회장은 올 들어 벌써 8차례나 현장을 방문했다. 특히 ▶연구개발(R&D)▶브랜드 경영▶핵심인재 확보.육성 등 세 가지 현안은 구 회장이 열의를 갖고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그룹의 R&D 보고회 자리는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지난달 일등사업으로 육성할 핵심 제품.기술을 전시하는 연구개발 성과보고회에서는 장장 3시간에 걸쳐 120여개 전시제품을 일일이 둘러보며 R&D 책임자들에게서 직접 보고를 받았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변화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패기와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공격 경영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최근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매출 비중을 현재 10~15%에서 2010년까지 25%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 영역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올 초 LG생활건강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된 차석용 사장도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변화를 몰고 왔다. LG가 관료 출신이 아닌 다른 기업의 CEO를 영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차 사장은 오전 8시와 9시 중 편한 출근시간을 선택한 뒤 정확하게 오후 5시와 6시에 퇴근하는 '플렉시블 타임제'를 도입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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