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랑방 "영상실록" 막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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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생생한 자료화면으로 45년부터 94년에 이르는 광복50년 격동의 역사를 한해당 30분씩으로 압축해 보여준 KBS-2TV 『영상실록』이 숱한 화제를 뒤로하고 26일 막을 내린다.
7월31일 45년편을 시작으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기성세대에게 과거를 회상할 여유를 주고 신세대의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이끌어내는데 성공,역사 기록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있다. 정치.경제사는 물론 꽁꽁 언 한강에서 썰매를 탈 수 있었던 50년대,분필로 금을 긋고 자동차 면허시험을 보던 60년대등 지금은 상상도 못할 당시의 사회생활사를 생생히 보여준 것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
기획을 맡았던 남성우PD는 『역사에 해석을 가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여준 다음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긴다는 것이 제작방침이었다』고 말했다.하지만 『80년편에서 30분중 9분을 광주에 할애하는등 사안의 경중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50,60년대편이 방영될 무렵에는 노인들의 격려전화가 잇따랐고 70년대편이 나가자 30,40대층의 전화가 쇄도하는등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를 확보하는데도 성공했다.87년편이 나가자 당시 6월항쟁을 주도했던 넥타이부대 회사원들로부터『자녀에게 두고두고 보여주고 싶다』며 비디오대여 요청이 빗발칠정도였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존재하는 우리 현실상 『영상실록』은 최근의 핫뉴스와 연결되는 사안이 많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79,80년편은 묘하게도 검찰의 12.12불기소결정이 논란이 될때 방영됐고,정주영 현대회장의 정치자금폭로사건이 다뤄 진 91,92년편은 공교롭게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로 시끄러운 25일 방송된 것.제작진은 시청자의 요구를 수용해 다음달 비디오와 함께 방송원고를 책으로 묶어 전집을 판매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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