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비리수사 대쪽같은 日검찰.伊수사판사-伊밀라노법원司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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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차대전 종전 후 이탈리아 정치는 「탄젠토 폴리」(뇌물도시)와 「소토 고베르노」(막후정부)란 두 단어로 대변돼 왔다.
양심적인 법조인조차 어디부터 메스를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으며 설사 수사에 착수해도 정치권의 압력과 회유로 번번이 물거품이 되곤 했다.
이탈리아에 지각변동을 몰고온 장본인은 바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44)수사판사를 축으로 한 밀라노 지방법원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사정팀이었다.
수사권을 가진 판사들이 주축이 된 마니 풀리테는 92년초 밀라노에서 한 정치인이 시립병원 신축을 미끼로 기업으로부터 700만리라(350만원)의 뇌물을 챙긴 사건을 포착하고 수뢰혐의로전격 구속하면서 시작됐다.집요한 수사진은 문제의 돈이 사회당 당수인 베티노 크락시 전총리에게 흘러갔음을 확인하고 기소하는 사태로 발전시켰다.
1년만에 직속상관인 법무장관 등 현직장관 4명을 사임시키며 150명의 현역의원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1,500명을 기소내지 수사했다.
반발세력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초대총리로 화려하게 변신한언론재벌 피닌베스트의 회장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뇌물수수혐의로 자신에게 화살이 겨냥되자 반격에 나섰다.
현직총리가 법원에 소환되는 수모를 당했다.수사를 위한 3개월간의 임시구금이 수사권 남용이라는 주장을 펴며 마니 풀리테팀의수사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법안을 입안했다.그러나 집단사퇴로 나온 판.검사들의 반발과 여론에 밀려 오히려 자신 이 8개월 단명총리로 마감하고 말았다.이탈리아 검찰이 7번이나 총리를 역임한 줄리아노 안드레오티를 마피아와 연루된 혐의로 기소한 것은 생명을 내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녹슬지 않는 권력의 화신」이었던 안드레오티는 마침내 정식 기소돼 지난 9월 법정에 섰다.
마니 풀리테는 그러나 피에트로 판사가 사임할 때까지 3년여간전직총리 3명과 피아트 등 모두 3,000여명의 부패에 찌든 정치인및 기업인을 정화한 서유럽 사법사상 최대의 사정운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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