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지진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수재(水災)까지 겹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진으로 균열돼 붕괴 위험에 처한 중소형 댐들과 지진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형성된 호수로 인해 쓰촨(四川) 일대에서는 수만 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라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중국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쓰촨성 일대에 지진과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로 형성된 ‘언색호(堰塞湖)’ 18개 가운데 붕괴 위험이 있는 8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부 지역 광위안(廣元)시 칭촨(靑川)현의 스반거우(石板溝)촌 언색호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사가 제방 안쪽으로 계속 쌓이면서 현재 수위는18m까지 올라갔고 수량은 700만㎥에 달하고 있다. 18일 오전에는 비가 내리면서 호수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쓰촨성 수리(水利)청은 “이 호수의 수위가 3m만 올라가도 수압 때문에 제방이 터져 칭촨현 전체가 물에 잠기고, 하류 주민 10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7일 밤 대책본부는 호수와 가장 가까운 칭촨·젠거(劍閣)현 주민 3만 명과 관좡(關莊)마을의 주민 2000명을 우선 대피시켰다.
반관영 중국신문은 17일 쓰촨성의 6000여 개 댐 가운데 803개 댐에 균열이 생겨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앙지인 원촨(汶川)현 쯔핑푸(紫坪鋪)지역의 댐이 붕괴할 경우 재해대책본부가 있는 두장옌(都江堰)까지 수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마오(茂)현 퉁중(銅鐘)댐의 경우 저수량이 평균치인 330만㎥를 크게 넘는 450만㎥에 이르렀다. 그러나 하류 저수지들에 물이 차 있어 퉁중댐에서 물을 빼내지 못해 수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진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18일 오전 2시쯤 광위안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쓰촨·간쑤(甘肅)성의 접경지역 지하에서 진도 6.0의 여진이 다시 발생했다. 대지진 이후 규모 5 이상의 여진만 20여 차례 발생했다. 17일 오후 4시 현재 사망자는 3만2477명, 부상자는 22만109명에 달한다. 18일 중국 정부는 19일부터 사흘 동안 국가 차원의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 중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도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지진국은 “쓰촨성을 강타한 대지진의 규모는 8.0에 달한다”고 18일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7.9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쓰촨성을 덮친 것이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