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연습라운드에도 그린피 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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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명색이 ‘한국 오픈’인데 공식 연습일에 따로 그린피를 내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마치 축구선수에게 축구장 사용료를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KLPGA투어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하는 프로골퍼 A씨는 개막 전날인 15일 “너무나 화가 나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A씨가 화가 난 것은 대회를 주최하는 태영골프장(경기도 용인) 측이 공식 연습일인 14일 연습 라운드를 하는 선수들에게 별도의 그린피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골프장 측은 지난해 상금 랭킹 30위 이내의 상위 랭커는 5만7000원, 그 이하의 선수들에겐 10만원을 그린피 명목으로 징수했다. 대회를 앞두고 코스 점검을 위해 연습 라운드에 나섰던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5만~12만원이 넘는 그린피(세금 포함)를 낼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측은 각각 항의 공문까지 보내 시정을 요구했지만 골프장 측은 ‘그린피를 받아야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골퍼 B씨는 “디봇 수리비 명목으로 2만~3만원을 낸 경우는 있었지만 따로 그린피까지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대회도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한국 오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더욱 유감”이라고 말했다. “초청선수인 줄리 잉크스터에게도 별도의 그린피를 받았는지 묻고 싶다”고 흥분했다.

대다수의 프로골퍼들은 가정이 그리 넉넉지 못하다. 극소수의 부유층 자녀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특급 선수 몇 명을 빼고는 그린피를 무척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 원정 때 숙박비를 1만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싼 모텔을 찾아 다닌다. 의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저가 의류를 사는 선수도 부지기수다.

태영골프장 측은 “지난 4월부터 프로선수들에게 그린피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공식 연습일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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