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공장 기어코 유치한 ‘마산시민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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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찬반 양론이 갈려 7개월 넘도록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던 경남 마산시의 STX중공업 선박블록(조립용 선박 몸체) 공장 유치가 결국 성사됐다. “공장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환경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누른 것이다.

STX그룹과 마산시는 15일 오후 마산시청에서 공장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과 함께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 관련 협약서’를 맺었다. STX중공업이 2006년 5월 마산시와 공장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2년 만이다.

STX 측은 “일부 주민의 반대로 다른 공장부지를 찾으려 했으나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당초 예정대로 마산시 수정만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STX 공장 유치 문제로 마산 시민 간에는 첨예한 대립이 계속됐다. 공장이 들어설 마산시 수정마을 일부 주민과 지역 환경단체들은 “공장이 들어서면 소음과 분진 등 환경오염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공장 유치를 결사 반대해 왔다. STX도 이런 반대 여론이 부담돼 얼마 전부터 이곳 공장 건설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마산 시민들과 지역 경제단체, 마산시가 “마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공장을 유치해야 한다”고 적극 나서자 국면이 반전됐다. 마산시 여성단체협의회가 공장 유치에 찬성하는 시민 11만 명의 서명을 받아 STX 측에 전달했다. 14일에는 마산시장, 시의원, 지역 상공인과 시민 등 1만2000명이 참석한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런 움직임에 STX도 마음을 돌렸다.

황철곤 마산시장은 “마산은 실업률이 도내 최고인 5.7%에 달할 만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며 “끝내 유치에 성공한 것은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0여 명의 공무원이 주민 3~4명씩과 짝을 이뤄 반대 주민을 설득하는 등 공장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STX는 이날 협약식에서 공장 착공을 위해서는 이달 30일까지 찬성 주민들의 모임인 ‘수정 뉴타운 추진위원회’가 반대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1000여 명의 수정마을 주민 중 반대 주민은 100~2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 공장은 23만㎡ 규모의 부지에 4300억원을 들여 건립된다. 10월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2010년에는 연간 50만t 규모의 블록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경제 유발효과는 연간 6000억원으로 추산되며 3000~5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익재 기자

마산 STX 선박블록 공장 경제효과

·공장 건설 투자비 : 4300억원
·신규 고용 창출 : 3000~5000명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 연 6000억원
·지방세 추가 수입 : 159억원 (2009년 예상)
·인구 유입 효과 : 1500명
·기타 효과 : 공장 주변도로 등 인프라 시설 확충

자료 : 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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