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남자] 식초와 알코올, 한방울의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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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망신 다 시키려고 작정을 했니?"

"그거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아빠! 찌개 맛이 이상해!"

"여보, 이 옷은 드라이 맡겨야 하는데 세탁기에 돌렸지. 못 입게 됐잖아."

처음 살림을 할 때는 안팎으로 이런 소리를 들으며 이중고에 시달렸다.

살림을 잘 모르는 탓에 여러 가지 실수로 망신 당하고 금전적 손실도 만만찮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긴 하고 싶어서 했어도 아는 게 많이 없어 실수를 했을 터인데, 하기 싫은 살림을 떠밀려 억지로 했으니 실수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살림을 하다 보니 '초보 주부'는 살림을 잘 모른다는 '죄'로 몸 고생에 돈도 더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밥을 태우거나 너무 질면 양이 줄어 쌀이 더 들고, 세제를 많이 넣어야 세탁이 잘 되는 걸로 잘못 알아 세제랑 물을 더 쓰고, 세탁기에 아무 옷이든지 세탁이 되는 줄 알고 마구 집어 넣어 멀쩡한 옷을 못쓰게 만드니 옷값이 더 든다.

그러니 규모 있고 알뜰하게 살림을 한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으로 인한 귀한 경험이 쌓였을 때 가능한 것이어서 감히 '살림은 과학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내가 원래 살림을 하는데 취미가 있는 것 같다며 잘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오늘만큼(겨우 흉내낼 정도지만) 하는 것도 '욕'도 먹고 손해를 보기도 하는 등 투자를 많이 한 결과다.

지난해부터는 청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사실 나는 청소가 가장 하기 싫다. 어제 닦은 곳을 오늘 또 닦아야 하고, 하루만 안 닦으면 금세 표가 나지만 닦아도 닦은 표시가 잘 나지 않는 것이 청소이기 때문이다.

또 먼지는 왜 그렇게 많은지, 징그럽기까지 하다. 하기 싫은 청소지만 하기는 해야겠기에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게 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 한두 가지를 발견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준 결과 모두들 반응이 좋아 청소에 짜증나고 지친 주부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

다름 아닌 식초와 알코올을 청소에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알코올과 식초를 대신할 수 있는 편리한 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가격도 그렇고 환경오염을 생각하면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본다.

인천댁 차영회

◆식초 사용법

-락스 대신에 화장실 변기와 벽을 닦을 때 사용하면 때가 잘 지는데, 특히 변기를 닦으면 소독 효과도 겸할 수 있어 좋다.

-옷이나 기저귀를 헹굴 때 식초를 몇 방울 떨궈주면 섬유 유연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고 피부도 보호할 수 있다.

-도마나 부엌용 칼을 사용하고 세척한 뒤 식초 물에 헹궈 햇볕에 말리면 소독의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기름기가 묻은 그릇을 헹굴 때 식초를 몇 방울 떨궈주면 미끄러운 기름기가 싹 가시고 그릇이 '뽀드득' 소리가 나면서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알코올 사용법

-장판을 알코올로 닦으면 아이들이 먹다가 흘린 우유.음료수.사탕과 오래된 때를 쉽게 지울 수 있다.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에 묻은 때를 지우는 데 효과가 좋다. 특히 냉장고 안을 닦아주면 소독 효과도 있고 냉장고 냄새까지 제거된다.

-가스레인지 후드에 낀 기름은 눌어붙어 잘 지지 않는데 알코올을 묻혀 두었다가 닦아주면 쉽게 잘 진다.

-화장대에는 화장품에서 나온 기름기가 묻어 있는데 알코올을 이용하면 쉽게 닦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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