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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사이 길 산사태로 끊겨 … 해발 1325m ‘산속의 섬’ 원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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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14일 대지진이 발생한 쓰촨성의 원촨으로 향하는 길을 통해 구호 물자를 옮기고 있다. 지진 진앙지인 원촨은 산사태 등으로 외부와의 도로가 모두 끊겨 중장비와 수송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단층대에 속하는 이 지역에는 절벽을 잘라내 만든 길이 많다. [원촨(쓰촨성) AFP=연합뉴스]

지진 진앙지인 원촨(汶川)현에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구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장경찰 200여 명이 90㎞를 강행군한 끝에 13일 밤 원촨현 진입에 처음 성공했고, 인민해방군 650여 명도 14일 새벽 추가로 도착해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 산사태로 막힌 도로가 완전히 뚫리지 않은 상황이라 생존자 구조의 때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장비 진입이 어려워 인력에 의존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촨은 인구 10만여 명 가운데 6만여 명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를 비롯해 원촨과 최대 피해 발생 지역인 베이촨(北川) 일대는 대표적인 단층대에 속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절벽의 허리를 끊고 만들어진 길들이 수없이 많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촉나라 땅인 이 지역은 유비(劉備)가 험준한 지세를 이용해 강대국이었던 위(魏)·오(吳)의 공세를 막아냈던 천혜의 요새였다. 산 측면이 절벽으로 끊어진 단층 지형이 많아 촉나라는 벼랑 측면에 길을 내고 여기에 나무판을 이어 붙여 한두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잔도(棧道)를 만들었다. 대군의 침입이 어려운 구조였기에 방어에 이점이 있었던 것.

원촨이 ‘고립된 섬’이 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런 지형적 장애가 크다. 원촨에 도착한 청두 군구의 인민해방군 선발대도 산사태로 길이 끊어진 지역이 많아 멀리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공중 접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산들이 교차하는 험준한 산세가 원촨 일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헬기도 제대로 착륙하기 어렵다는 것이 뤄페이(羅飛) 민정부 부부장의 설명이다. 그는“해발 1325m에 위치한 원촨에 들어가려면 산허리를 감아 도는 213번 국도밖에 길이 없다”며 “평소에도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하는 매우 험한 길에 산사태까지 겹쳐 구호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재난지휘본부 관계자는 “원촨에 이르는 멀고 먼 길을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에 따라 잔해 더미에서 신음하는 생명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 213번 국도를 뚫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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