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뜯어 먹다/ 뜯어먹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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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예문을 보자.

①“나는 얼레지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좋아해서 가끔 생잎을 한 장 뜯어먹곤 한다.” ②“모두들 왜 이렇게 나를 못 뜯어 먹어서 안달이냐?” ①②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보자. 뭐가 문제냐고?

①의 ‘뜯어먹곤’과 ②의 ‘뜯어 먹어서’의 띄어쓰기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①의 ‘뜯어먹곤’은 ‘뜯어 먹곤’으로 띄어 써야 맞다. 이는 두 가지 행동을 연속적으로 하는 모습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곧, 얼레지의 생잎을 한 장 ‘뜯어서 먹곤’ 했다는 의미다.

②의 ‘뜯어 먹어서’는 ‘뜯어먹어서’로 붙여 써야 옳다. ‘뜯어먹다’는 ‘남의 재물 따위를 졸라서 얻거나 억지로 빼앗아 가진다’는 뜻의 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또 있다. 남의 부탁이나 요구 따위를 받아들인다는 뜻의 ‘들어주다’는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 보면 버릇이 나빠진다”처럼 붙여 쓴다. 반면에 남의 이야기나 하소연에 내가 귀 기울인다는 뜻의 ‘들어 주다’는 “그 친구 요즘 힘든 모양인데 오늘 저녁에 얘기나 좀 들어 주자”같이 띄어 쓰는 게 원칙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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