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상좌 증언이 말해주는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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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귀순한 북한 인민무력부소속 최주활 상좌가 13일 기자회견서 밝힌 북한의 실상(實相)은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안도와 불안감을 함께 주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증언이 안도감을 주는 것은 북한에 관해 놀랄만큼 새로운정보가 없었다는 점이다.북한의 군사태세,식량난등 경제상황,김일성(金日成)사후의 정치적 불안,김정일(金正日)이 국가주석과 노동당총비서직에 취임하지 못하는 이유 등 그가 전 하는 북한실상은 거의 모두 우리의 분석과 어긋나지 않고 있다.우리의 대북(對北)정보에 그만큼 신뢰를 가질만도 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점은 최상좌가 전하는 북한의 군사태세와 우리의 대응태세다.그가 전하는 미사일개발등 북한의 군비증강소식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문제는 정치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북한사회에 『굶어 죽느니 싸 워서 죽자』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이야기다.이는 최상좌 혼잣말이 아니다.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진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는 그런이야기를 접해 왔다.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기류를 이용해 북한당국자들이 군사적 위기등 긴장을 촉발할 가능성이다.그런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로서는 행동의 예측이 불가능한 북한지도층이 그런 유혹을 갖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그들이 남한정세를 오판하지 않도록하는 것이다.우리 나름대로 확고한 대응태세를 갖춰 북한이 우리를 허술하게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따라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북정책이 갈팡질팡하는 인상을 주 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그러나 최근 몇년간의 대북 접촉에서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우리는 최상좌가 전하는 북한의 전쟁시나리오에 겁낼 필요도 없지만 우리대로의 확고한 대응태세와 일관성유지가 긴요함을 그의 증언 에서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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