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초대석 정년 앞둔 류안근 부산국제고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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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안근(62) 부산국제고 교장은 요즘 퇴임 후 할 일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오는 8월 정년퇴임 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를 보급하는 글로벌 활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 한국어 교육 붐을 일으키는 것이 류 교장의 남은 꿈이다.


카자흐스탄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
 오는 9월 초 류 교장은 카자흐스탄으로 떠난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심켄트에 있는 언어기술대학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이다. 한국어과 개설은 이미 지난 2일 부산국제고 개교 10주년 행사에 참석했던 남카자흐스탄 교육감이 약속을 했었다.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카자흐스탄 학생과 현지 고려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겁니다. 현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열망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류 교장은 오래전부터 카자흐스탄에 관심이 많았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등 자원이 풍부해 자원 빈곤국인 한국에는 아주 중요한 국가입니다. 카자흐스탄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친한(親韓) 인사를 많이 확보해 두면 자원외교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생각으로 그는 지난해 남카자흐스탄의 최고 명문학교인 제8학교와 문화·교육 교류를 위한 자매결연을 했고, 부산국제고에 카자흐스탄 유학생도 유치했다. 현재 카자흐스탄 유학생 4명이 재학 중이다.
 최근 류교장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유학을 중단했던 카자흐스탄 학생 2명을 다시 부산국제고로 데려왔다.
 “지난해 부산국제고에 유학왔던 카자흐스탄 학생 2명이 학비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본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정을 알고 부산지역 상공인들에게 지원을 부탁해 다시 데려오게 됐습니다.” 이 일로 카자흐스탄에서는 한국과 부산국제고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졌다. 한국어를 배워 부산국제고 등 한국의 학교에 유학을 오려는 학생도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개교 10주년 때 남카자흐스탄 교육감이 부산국제고에 온 것도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한국어 보급 공로상 받는 게 바람
 류 교장은 카자흐스탄에 머물면서 1년에 한 번 부산국제고를 찾을 생각이다. 자신의 활동 소식을 전하면서 학생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는 생각에서다.
 류 교장은 2003년 부산국제고 교장에 부임해 학교의 글로벌 교육에 전력투구해 왔다. 이런 그에게 퇴임 후 부산에 남아 부산 교육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하다.
 “국제고 교장 출신으로 퇴임 후에도 활발한 글로벌 활동을 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글로벌 활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최근 부산대국제교 류센터에서 국제교류지도자과정도 끝냈습니다. 부산교육은 후배들이 잘 알아서 할 것입니다.”
 앞으로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카자흐스탄에 한국어를 보급한 노력을 인정받아 카자흐스탄 국민이 주는 공로상을 받는 겁니다.”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 272만4900㎢로 한국의 27배에 달한다. 인구는 한국의 수도권 인구와 비슷하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해 독립국가연합(CIS)의 하나가 됐다. 현재 고려인은 10만 명 정도, 한국인 체류자는 6000명으로 추정된다.

프리미엄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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