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젊은세대 性의식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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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세대학생회가 주관한 「성정치 문화제-날 강간하라」는 극히 이채로운 행사가 있었다.모임을 알리는 자극적 표제도 관심을 끌지만 금기시된 성문제를 젊은 대학생들이 공개적으로 토론하겠다는발상이 위태롭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지난번 이화여대에서 열린 금혼 학칙에 반발하는 결혼식 이벤트나 연세대 성문화제 모두가 기존의 성에 대한 금기를 깨뜨리고 공개적 논의대상으로 삼자는 제안이어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남녀간의 성과 사랑,그리고 풍속도는 세월따라 시속따라 변할 수 있다.그러나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그리고 순결은 존중되고 신성시돼야 한다는 명제는 여태껏 변치 않고 있다.젊은 대학생들이 성문제를 공개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데는 찬성 하지만 논의의 방향이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 동성애를 옹호하고 찬양하는데까지 이르러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올 4월 중앙일보사가 조사한 한국판 킨지보고서는 미혼녀 26.6%가 평균 2.2명과 성경험을 가졌고,20대여성 5명중 1명 이 계약결혼을 희망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부산대 한 동아리의 조사에서도 대학생70%가 혼전 성관계에 찬성한다고 했다.그만큼 시대가 바뀌었고,성풍속도가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고 남녀간의 순결과 사랑의 존엄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성폭행과 성무질서가 난무하고,에이즈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세상일수록 의식있는 젊은 지성인이라면 무분별한 성의식이 어떤 사회악으로 발전하는지 대안을 제시해 야 한다.어떤 시대,어떤 사회에서도 성은 해방의 대상,파괴의 대상이 될 수 없다.성에 관한한 가장 자유로웠던 미국사회도 도덕재무장을 외치고 있고,여성의 순결교육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다.성문제를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공개적으로 토론하되 건전한 성문화를세워나가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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