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산림녹화 남한의 노하우 북한에 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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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평양 통일양묘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용기에 담긴 잣나무 씨앗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지난 8일 오전 11시 평양에서 남쪽으로 25㎞쯤 떨어진 중화군 들판에서 통일양묘장 준공식 행사가 열렸다. 북한에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는 ‘겨레의 숲’(공동대표 정세현 민화협 의장)이 북한과 함께 세운 양묘장이다. 남에선 건설 자재와 물자, 묘목과 비료를 제공했고 북은 건설 노동력을 투여했다.

이 양묘장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990㎡(300평) 규모의 비닐 하우스 2동과 북한 인부들 숙소인 198㎡(60평)짜리 관리동에다 자체 전력을 생산하는 8㎾짜리 태양광 발전기까지 갖췄다. 남에선 김성훈 상지대 총장, 이창복 전 의원, 이은욱 유한킴벌리 부사장과 윤생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무, 시인 안도현씨, 이경준(한국임학회장) 서울대 교수 등 95명의 기업인·학자·문인·정치인·NGO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북에선 김현(50) 중화군인민위원회 부위원장과 양묘장 노동자 40여 명이 나왔다.

북한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 이충복 부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양묘장 새싹들이 억센 나무로 자라 조국의 산천을 푸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겨레의 숲 공동대표도 “남측의 마음과 북측의 땀이 하나가 돼 양묘장을 지었고 나무와 함께 희망도 자랄 것”이라고 답했다.

축사가 끝난 뒤 남한 방문객들과 북한 노동자들은 3~4명씩 짝을 지어 양묘장 뒤쪽 공터에 6년생 잣나무 50여 그루를 심었다. 양묘장 책임자인 정창한(46) 지배인은 “제일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거, 아무래도 기름이 좀 부족하디요. 암튼 우리가 잘 키울 테니 걱정 마시라요”라고 말했다. 전남 곡성중 김애숙 교사는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내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는지를 꼭 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정세현 대표는 “북한 나무심기는 퍼주기나 이데올로기 논란과는 상관없다”며 “북한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겨레의 숲 오정수(임학박사) 기술분과위원장은 “한국은 산림 파괴 현상을 30여 년 전 경험했고 그걸 성공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에 북한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종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북한 나무심기=‘겨레의 숲’은 1년에 북한에 나무 열 그루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묘목 한 그루의 가격은 1000원이다. 문의는 02-761-3295, 783-3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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