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00억불 시대 정부가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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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출에 대한 생각 달라져야 한다=『누구를 위해 샴페인을 터뜨리려는가.』 오는 27,28일께 맞게될 수출 1,000억달러돌파를 눈앞에 두고 통산당국과 무역단체들이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성대한 자축행사를 벌인다는 얘기들이들려 온다.
TV 축하광고는 물론 11월30일 무역의 날 행사등에서 대대적인 자축행사를 벌일 예정이라는 것.
그러나 통산당국이나 무역단체들이 수출 1,000억달러 시대,세계 교역 12위국의 위상과 진로를 제대로 잡아나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수출로 얻는 부가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앞으로 수출의 질과 양을 한단계 높여줄 기술과 상품은 제대로 없는 판에 경제당국은 민간의 해외투자까지 간섭하고 나서는 게 현실이다.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말로는 1,000억달러 달성의 공로를 수출전선의 첨병인 민간기업에 돌리면서도 실제로는 이들의 뒷다리를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도 가동된 마당에 정부가 명실공히 금융과 행정규제를 풀어 민간 자율에 맞는 수출구조를 뒷받침해 줄 때』라고 강조했다. ◇수출업계의 고민=올 수출은 9월까지 905억7,000만달러를 기록한데다 지금까지 평균 34.7%의 증가추세를 감안하면오는 27,28일께 1,00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연말이면작년의 960억달러보다 35%선 증가한 1,20 0억달러 전후가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앞으로가 더 고민이다.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은 해외현지투자와 금융진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다.익명을 요구한 종합상사의 한 간부는 『단순히 물건을만들어 해외에 내다파는데는 한계가 왔다』며 『해외현지투자를 통해 부품이나 설비등을 수출하든지 외국에 나가 할 부금융회사를 세우도록 해 현지사람들의 외상구매를 터주도록 하는등 수출구조의질적전환이 시급한데도 정부가 이를 반기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무역적자규모 큰 걱정 아니다=올 교역 성적표는 수출1,200억달러,수입 1,300여억달러로 100억여달러의 무역적자를 낼게 확실시된다.
수출과 수입증가율이 각각 35%이상 나란히 급상승하는 국면이다. 정부가 무척 걱정하는 눈치다.물가상승이나 외채누증등 부작용을 걱정해 적자폭을 100억달러선에 묶어두려고 안간힘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규모로 볼 때 크게 걱정되는 수준은 아니라는게 민간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오히려 적자를 지나치게 걱정해 「과다처방」하면 화를 자초하지 모른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수출이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수입도 늘어나는 우리경제 체질로봐도 큰 우려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이제 무역수지는 경제규모에 비추어 그냥 놔두는게 바람직하다.무역적자규모가 좀 크다고 정부가 각종 규제를 하려다간 오히려그나마 잘되는 수출 발목을 잡을 수 있다.』(황석준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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