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음악 할인 경쟁 불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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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터넷 음악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세계 최대의 할인점 월마트가 23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격전쟁'에 불을 댕겼다.

지금까지는 거의 모든 사이트들이 곡당 99센트를 받았는데 월마트가 할인점의 대표답게 10% 싼 88센트로 고객 유인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유료 음악사이트에 비상이 걸렸으며, 온라인 음악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기존의 음반회사 매출은 감소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달아오르는 경쟁=애플컴퓨터의 아이튠스는 선발 주자로서 자리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유료 음악서비스를 시작한 아이튠스는 지금까지 3000만곡 이상을 팔아 PC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던 애플컴퓨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플은 새로 뜨는 가수들과 독점계약을 늘려나가면서 젊은 네티즌들을 더욱 많이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음악시장의 선구자로 불리는 냅스터는 좌절을 딛고 빠르게 회생 중이다. 냅스터는 1999년 공짜 음악 다운로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음반사들의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2001년 문을 닫아야 했다. 2002년 말 록시오에 인수된 냅스터는 지난해 10월부터 합법적인 사이트로 재탄생한 후 요즘 늘어나는 고객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돈 받고 파는 음악이 2000만곡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4월 릿슨닷컴을 인수해 두 달 뒤부터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뛰어든 리얼네트웍스를 비롯해 뮤직매치.바이뮤직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갖추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신규 참여자 이어질 듯=세계 최대 소프트웨어회사인 마이크로 소프트(MS)와 최대의 PC메이커 델도 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이미 밝혔다. 델도 월마트처럼 저가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뮤직은 온라인 자회사 소니커넥트를 통해 연말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도 휼렛패커드(HP)와 제휴해 최근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6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스타벅스 뮤직카페' 1호점을 열고 6.99달러를 내면 다섯곡을 골라 CD에 담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이 서비스를 앞으로 2년 내 2500개 체인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맥도널드는 햄버거 고객들에게 음악을 덤으로 얹어주는 판촉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니커넥트에서 돈 주고 산 음악을 고객들에게 공짜로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음악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기존의 메이저 음반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시대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 음반업계에는 이미 합병바람이 불고 있다. 최대인 유니버설뮤직이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CD 가격을 30% 이상 내렸으며, 소니뮤직은 독일 베텔스만그룹과 음반사업을 합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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