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시장엔 거품 여전한데 분양 현장은 북적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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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다들 장사가 안 된다고 야단인데 부동산 경기는 호황이다. 강력한 투기억제책으로 불리는 10.29 대책 발표 이후 주춤하던 투자행렬이 봄을 맞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3,24일 청약을 받은 서울 용산의 시티파크 주상복합아파트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고 썰렁할 것으로 예상했던 충북 오창단지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인산인해(人山人海)다.

기존 아파트값도 슬금슬금 올라 일부 인기지역은 한두달 새 4000만~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했으나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아파트는 아무것도 아니다. 땅은 2~3년 사이 엄청나게 올라 수도권의 웬만한 주거지역은 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 판교 신도시 외곽지역의 도로변 땅값은 같은 기간에 10배가량 뛰었다.

천안.아산지역이나 평택권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개발이 언제 될지 모르는 지방의 땅도 가격이 부풀려져 팔리고 있다. 이러다간 전 국토가 투기장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80년대 말 땅투기 열풍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대폭 높여 불로소득의 구멍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땅값이 오르면 분양가도 덩달아 올라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장사가 되지 않아 임대료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데 상가 분양은 봇물을 이룬다.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에도 분양이 잘되고 있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준공 후 임대가 안 돼 애초 기대했던 임대수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관리비를 물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분양률은 예전보다 못하다. 비인기지역의 경우 분양이 제대로 안 돼 사업자가 부도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는 좋은 편임에는 틀림없다.

소득은 별로 는 게 없는데 왜 부동산값만 천정부지로 치솟을까.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데다 부동산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한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그렇고 '돈을 벌려면 부동산이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만들었다.

문제는 내수경기를 감안할 때 아직도 부동산에 거품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내수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실수요 부족으로 선의의 투자자들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상가 시장에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돈을 벌고, 잃는 것은 다 투자자들의 몫이지만 손실이 크면 국가경제에도 좋지 않다. 시장론자들은 시장기능에 맡겨 놓아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위험 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절히 개입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분야도 농수산물처럼 수요.공급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만들어 사업자와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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