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구비 떼어먹는 대학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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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구비를 받고서도 연구하지 않거나 대학원생 논문까지 베껴 제출한 사례가 있다는 국감자료가 나왔다.1년중 단한편의 논문도 쓰지 않은채 「평생교수」로 행세하는 사례가 태반인게 요즘 대학연구풍토다.이 정도면 차라리 봐줄 수도 있다.질높 은 논문을 쓰지 않을바에야 안쓰는게 좋다는 한가닥 남은 학자의 양심일 수도 있다.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쓰고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한김에 제자의 학위논문을 슬쩍 베끼고 자신의 연구실적으로 둔갑시키는 교수까지 있다니 이게 어디 대학 인지,야바위판인지 종잡을수 없다.
따져보면 이런 「연구사기」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논문 한편으로 재탕 삼탕 하고,경우에 따라서는 지도명분으로 대학원생을동원해 자료수집에서 논문작성까지 위탁한 경우도 많았다.물론 남의 논문을 베낀 사례도 숱했다.이런 잘못된 연구 풍토를 쇄신하여 참다운 연구분위기를 진작시키려면 지금까지의 잘못된 연구관행을 고쳐야 한다.
먼저 「연구비란 나눠먹기다」라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특히 교육부가 학술진흥재단을 통해 지급하는 연구비는 연구 자체보다특혜배분이라는 인상이 짙었다.대학별로 안배하고,학과별로 적당히 나누는 식이어서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적당히 한편 써내면 된다는 식이었다.이런 관행을 고치지 않는한 연구풍토는 제자리를잡을 수 없다.강사급,이른바 「학문후속세대」는 한푼의 연구비 없이 길고 긴 세월을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정부의 연구비라면 전임교수 보다는 이들 젊은 교수요원 들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선별적으로 집중하는게 보다 효과적인 연구비 지원방식이다.
어떤 연구평가방식이든 평가의 기준이 종래의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논문 몇편만 쓰면 질과 관계없이 승진하고 정년을 보장받는 대학풍토여서는 연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논문 몇편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논문을 썼 느냐를 평가하는 기준이 새롭게 정립돼야 연구하는 대학분위기가 바로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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