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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선출 이모저모]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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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찰나였다. 이내 차분한 표정을 회복하고는 옆자리의 박진.권오을 후보와 악수를 했다.

23일 오후 5시37분. 한나라당 박헌기 선대위원장이 "박근혜 후보가 51.8%를 얻어 새 대표로 당선됐다"고 발표하는 순간 신임 박근혜 대표의 모습은 그랬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20여일. 탄핵안 가결의 역풍에 휘청거리고 있는 한나라당은 몸무게 49㎏의 52세 여성에게 총선 승리라는 무거운 짐을 지웠다.

◇결선투표는 없었다=개표 전까지만 해도 1차투표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朴후보 진영조차 "결선까지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투표함이 열리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朴후보는 345표를 얻어 157표를 얻은 2위 홍사덕 후보를 두배 이상 앞섰다. 洪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론조사에서 선전한 김문수 후보가 막상 대의원 투표에서 득표율 4.3%에 그친 것도 한몫했다.

金후보를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들의 표는 오히려 朴후보에게 쏠렸다. 朴후보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최병렬 전 대표와 선전한 후보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뜨거운 박수를 유도했다. 朴대표는 대회가 끝난 뒤 이회창 전 총재에게도 전화를 걸어 인사했다.

◇정(靜)과 동(動)의 연설 대결=朴후보와 洪후보의 연설은 대조적이었다. 洪후보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연설 내내 사자후를 토했다.

그는 "대표가 되면 이번 주말 촛불시위에 나가 당 대표로서 할 말을 하겠다"며 "돌팔매에 제가 쓰러지면 홍사덕을 업고 이번 총선을 돌파해 달라"고 했다.

마지막 연설자인 朴후보는 설득조로 일관했다. 그는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았다'고 했던 충무공의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해 비장감을 풍겼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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