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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던 낙동강은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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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도와 경북대 낙동강연구원이 마련한 ‘낙동강 탐사대’가 지난달 30일 봉화군 명호면 이나리 낙동강변에서 보트와 뗏목을 타고 탐사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 제공]

“우리가 알고 꿈꾸던 낙동강은 이미 사라졌다. 낙동강은 모습을 달리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었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보트를 타고 낙동강을 탐사했던 경북도 새경북기획단 김성학(43)씨의 소감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는 낙동강은 남해로 흘러드는 부산까지 총 522㎞. 이 가운데 경북을 지나는 구간은 282㎞다. 낙동강은 봉화-안동-의성-예천-문경-상주-구미-칠곡-성주-고령 등 경북의 10개 시·군을 차례로 지나간다.

경북도는 추진 중인 낙동강 프로젝트를 알리고 낙동강에 잠재된 자원 조사와 낙동강 권역의 여론 등을 수렴하기 위해 경북대 낙동강연구원과 공동으로 이날 낙동강 탐사를 시작했다. 이번 탐사에는 해당 10개 시·군 공무원과 생태·환경 전문가 등 60여 명이 동참했다.

탐사는 봉화 이나리강변에서 고령 개경포까지 이어졌다. 물론 모든 구간을 보트로 지나가지는 못했다. 김성학씨는 “전 구간 중 육로로 이동한 게 절반쯤 됐다”고 말했다. 댐이나 보가 만들어졌거나 수량이 부족한 곳도 있었고 제한된 시간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탐사에서 보고 느낀 점을 전해 주었다.

◇1일차(봉화 이나리강변~안동댐, 4월30일)=이나리강변~도산서원 구간은 낙동강 상류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의 하나였다. 청량산의 어풍대·김생굴 등을 보니 500년 전 퇴계 이황 선생이 혼자 보려 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아쉬운 건 수량이 부족해 보트의 모터를 가동할 수 없는 점이었다. 수위를 조절할 소규모 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산서원~안동댐은 저수량의 방대함에 놀랐다.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시속 40㎞쯤으로 달렸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댐 안에는 큰 골짜기들이 줄을 이었다. 물길을 잃을까봐 골짜기마다 이정표가 있었다. 제트보트·요트 등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수질은 양호했다. 도산서원-오천유적지-안동민속박물관-시내를 잇는 수상교통을 검토할 만하다.

◇2일차(안동 하회마을~상주 경천대, 5월1일)=하회마을~풍천교는 수량이 모자라 보트를 끌고가다 시피했다. 탐사 1시간 만에 결국 보트를 트럭에 싣고 육로로 탐사했다. 하지만 기암괴석은 서해안 채석강보다 빼어나다는 게 대원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예천 삼강주막~상주 경천대도 수량이 너무 부족했다. 삼강나루터는 나룻배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우리가 알던 낙동강은 이미 사라졌다. 수질은 좋았다.

◇3일차(상주 낙단교~고령 개경포, 5월2일)=낙단교부터 수량이 많아졌다. 수심이 평균 2~3m는 됐다. 낙단교~구미 원림 구간 물빛은 얼핏 봐도 상류와 달랐다. 생활오수 때문인 듯하다. 제방은 대부분 콘크리트다. 육로에서 접근이 어렵다. 생태제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구미 인동대교~왜관철교 구간은 강에서 옅은 악취까지 났다. 넓은 강 곳곳이 가뭄 탓인지 속살을 드러냈다. 준설이 필요하다. 성주대교~고령취수장도 수질이 아주 나빴다. 물빛이 어둡고 불쾌한 냄새도 났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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