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이원희 눕히고 베이징 가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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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흰색 도복)의 소매들어치기 공격에 왕기춘의 몸이 거꾸로 공중에 솟구치고 있다. 넘어지면서 왕기춘의 어깨가 매트에 닿았지만 주심은 점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연장 승부에서 왕기춘이 유효승을 거뒀다. [수원=연합뉴스]

신세대 간판 왕기춘(20·용인대)이 선배 이원희(27·KRA)를 제치고 유도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왕기춘은 7일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선발전 남자 73㎏급에서 우승, 대표 선발 포인트 78점을 얻어 대표로 확정됐다. 그러나 요소요소에서 왕기춘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1회전에서 왕기춘은 방귀만(KRA)에게 절반에 해당하는 기술을 허용했으나 주심은 유효를 선언하는 데 그쳤다. 이 대목을 두고 문원배 심판위원장은 “주심의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기사회생한 왕기춘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판정승, 가슴을 쓸어내렸다. 2회전에서 서동규(포항시청)를 꺾은 왕기춘은 승자 결승에서 이원희와 맞섰다. 그러나 결승전 역시 이원희에게 불리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 시작 18초 만에 이원희의 소매들어메치기 기술이 들어갔다. 몸이 거꾸로 공중에 솟구친 왕기춘의 왼쪽 어깨가 매트에 닿았지만 주심은 점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도계 최대 계파인 용인대 왕기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꽂혔다. 왕기춘 본인도 경기 후 “내가 심판이었다면 유효 정도는 줬을 것 같다. 심판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점 위기를 넘긴 왕기춘은 이후 공방전을 벌였고 둘 다 점수를 얻지 못한 채 승부는 연장전으로 옮겨갔다. 연장 종료 2분6초를 남기고 왕기춘이 다리잡아메치기 유효를 따내 승자 결승에 올랐다.

왕기춘은 패자 결승에서 이원희를 꺾고 올라온 김원중(용인대)을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마무리했다. 패자 결승에서 김원중과 만난 이원희는 지도 2개를 받은 데다 종료 10초를 남기고 효과까지 내줘 올림픽 2연패 도전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경기 후 이원희 어머니는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했고, 이원희는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사양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왕기춘은 “원희 형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미안한 마음이 좀 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발목을 다쳐 운동을 많이 못해 불안했는데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 이길 수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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