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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열며>통일이 오는 길목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개발 계획에 따라 동북아의 金삼각지로 각광받고 있는 중국의 훈춘(琿春)에 갔을 때 그곳에서바라본 북한은 바야흐로 개방의 햇살이 비추이고 있고 그 햇살의위력은 분단의 두꺼운 얼음장을 녹여 작은 울림 의 소리를 내고있었다. 러시아및 북한과의 접경지대고 장차 길림성 대외개방의 중요한 통로가 될훈춘은 해상실크로드의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선봉.은덕.새별 3개군과 마주보고있는 훈춘에는 주민의 45%나 되는 조선족이 살고 있고 그들은중국 국적을 갖고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말과 우리문자를 고집스러우리 만큼 철저히 사용하면서 우리의 문화및 풍속과전통도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우리와 국적은 달라도 같은 민족의뜨거운 동포애가 서로를 잡아당기고 있 음을 느낄 수 있는 조선족들은 남북통일의 촉매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국교가 정상화된 요 몇년사이 연변을 찾아간 남한 사람도 많지만 북한과 한국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남북한 양측의 사정에 매우 밝았다.남한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하루속히 남북통일이 되어 같은 동포들이 고루 잘 사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했다.그리고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을아무리 상상하려 해도 그들의 비참한 실상까지는 생각이 미칠 수없다고도 말했다.
그들 조선족이 남한의 자유와 풍요로운 모습을 기회있을 때마다북한동포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리기만 해도 그것은 북한동포들의 막힌 귀를 열어주는 작업이 될 것이다.그리고 북한 동포들로 하여금 남한의 실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인식전환에만 힘써도 그것은 바로 통일의 지름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북한도 1990년대에 들어서 경제적 살 길을 찾아 대결적이고 고립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대외협력추구정책을 채택하고,나진.선봉지구를 제한적으로나마 개방하면서 무역제일주의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지난 9월4일 훈춘에선 중국과 북한을 잇고 있는 권하교가 「중국권하조선원정국경공무통로」란 명칭으로 개통돼양국뿐 아니라 제3국 사람들까지 사증없이 왕래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장차 이 권하교를 통해 엄청난 개방의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다.처음에야 제한적 개방을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점진적인 개방과 개혁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이같은 북한의 개방과 개혁은 곧 통일이 오는 길목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지난 7,8월에 내린 폭우로 1백년만의 큰홍수가 9개 도,1백45개 시.군을 휩쓸어 국토의 75%가 피해를 보고 5백20만명의 이재민과 총 1백50억달러 상당의 피해가 났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10만가구의 가 옥과 수많은 수리시설.도로.펌프장이 파괴되고 특히 곡물생산이 감소돼 올해의식량부족현상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한다.지금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남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북측대표단의 말에 따르면 홍수지역 농토에는 자갈 .모래가 1이상씩 쌓여 앞으로 7~8년간 경작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들리고있다. 북한동포가 수재로 큰 피해를 당하고 있어도 우리는 우성호 송환문제나 쌀 수송억류사건등의 유감스러운 경험때문에,그리고북측의 대표성있는 공식요청이 없어 뜨거운 동포애마저 차가운 공기속에 차단되고 있다.앞으로 우리는 동포애를 발휘해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그 수단과 방법을 더욱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통일의 대전제로 생각해오고 있는 민족공동체를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원불교 강남교당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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