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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0교시 수업’ 일부 허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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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 고교에서 방과 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부산시교육청이 오전 8시 이전에 실시되는 '0교시 수업’을 일부 학교에 한해 선택적으로 허용,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 방침에 따른 세부추진계획을 지난 2일 발표,“정규수업 전 보충수업은 학부모의 요구와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 정규수업 시간을 침해하는 시간을 피해 자율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학교 자율화 방침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일선 학교의 ‘0교시 수업’이 2004년 학생 건강권 침해와 지나친 입시경쟁 조장 등을 이유로 전면 폐지된 지 4년만에 사실상 부활하게 됐다. 정규수업 전 보충학습의 경우 ‘너무 이른 시간에는 지양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금지 조항은 아니어서 일선 학교가 0교시 수업을 실시하더라도 막을 방법은 없게됐다.

교육청은 “0교시 수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금지하지만 지리적 특수성이 있는 학교 또는 학부모의 요구나 학생 선택권은 존중하기로 했다”며 “실제로 강서나 기장지역의 소규모 학교나 기숙학교 등 일부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0교시 수업 허용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 순간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란과 진통을 겪었다”며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학교의 자율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고 학교에서 학사 운영을 잘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교육단체와 일부 학부모는 “지금도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서 1교시 정규 수업을 오전 8시 30분 이전으로 앞당겨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풀리면 학교마다 앞다퉈 0교시 수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확대 방안 역시 사교육 시장에 공교육을 내주는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일선 고교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앞당기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교육청이 학교 자율에만 집착한 나머지 일선 현장의 실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남기범 부산지부장은 1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공교육을 포기하고 학교의 학원화를 조장하는 ‘학교 자율화’ 방침 철폐”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부산시교육청은 또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해서도 전 과목 성적에 따라 수준별로 반을 나누는 이른바 우열반 편성은 금지하되 수준별 대상 과목이나 수준 세분화 여부는 학교 여건에 따라 자율로 결정하기로 해 사실상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고등학교 사설 모의고사 참여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했다.

미술이나 음악 등 특기적성 관련 과목에만 허용됐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영어와 수학 등 다른 과목을 포함할 수 있게 된다. 사설학원 등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전면 위탁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개별 프로그램의 위탁운영은 가능하도록 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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