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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프라이드 ② 포스트시즌 배고픈 롯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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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롯데 팬들은 해마다 4월이면 꿈에 부푼다.

‘가을에도 야구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다. 선수들도 시즌 초반엔 힘을 낸다. 하지만 5월로 넘어가면서 승보다 패가 늘어난다. 팬들도 ‘가을에 야구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늘어간다. 그러다가 6월을 넘기면서 ‘혹시나가 역시나 됐다’며 실망한다. 열 받은 팬들은 낙담과 저주의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건다. 구단 이름도 롯데에서 ‘꼴데’로 바꿔 부른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웠던 ‘부산 갈매기’들은 훨훨 날아가버리고 구장은 텅 비어 간다.

그렇게 속고 속은 지 7년이 됐다. 2000년 이후 롯데는 가을에 야구를 한 기억이 없다(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는 뜻). 다른 팀은 최소한 한번 이상 한국 시리즈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롯데는 1992년 우승 이후 15년째 입맛만 다시고 있다.

그런 롯데가 올해는 달라졌다. 점수를 내주면 쉽게 포기하던 팀 컬러가 아니다. 최근 11경기에서 4승7패로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2위 자리를 지키며 선두를 넘보고 있다. 5월 들어서는 2승1패로 선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있다. 로이스터는 우선 훈련 방식을 확 바꾸었다. 온종일 혹독한 비지땀을 쏟아내야 하는 한국식 관리 야구가 아니라 “알아서 하라”는 빅리그식 자율야구다. 삼진을 당하고 들어온 타자에게 “상대 투수를 괴롭혔다”며 박수를 쳐주고, 번트를 실패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며 나무라지 않는다.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믿음의 야구다.

감독이 바뀌자 선수들도 달라졌다. 마음의 벽은 어느새 허물어졌고 칭찬과 자율로 칠해진 ‘로이스터표’ 야구가 선수들을 신명나게 만들고 있다.

선수들은 패배 의식을 씻고 ‘가을에도 야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 이르렀다. 이대호 등 주축 선수들은 “올해는 다르다. 반드시 4강에 간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야구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야구 전문가들이 롯데의 5월 성적을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단호하다. “난 과거의 롯데를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 롯데는 과거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여유로운 표정이지만 눈빛에서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감독의 리더십에 구단도 맞장구치고 나섰다. 그동안 여름철의 성적 부진이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누적 때문이라고 보고 6월부터 서울과 인천 경기는 선수들을 비행기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동안 롯데 구단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 아직까지 롯데의 분위기는 괜찮아 보인다.

이석희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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