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물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잦은 태풍과 물난리 와중에 물 쟁탈을 위한 「물 전쟁」하면 난센스로 들릴지도 모른다.『21세기의 전쟁은 석유도 정치도 아닌,물을 둘러싼 전쟁이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벌써부터 으름장이다.몇몇 통계가 그 심각성을 예고한다.
세계를 통틀어 물의 수요는 21년마다 배로 늘고 있다.물 부족으로 국민건강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나라는 현재 80개국에이른다.세계 인구의 40%인 20억 인구가 깨끗한 마실 물과 수세식 화장실등 물 혜택에서 격리돼 있다.중동. 북아프리카.중국북부.인도남부.멕시코등지에서 물 부족이 날로 심각해지고 2025년까지 1인당 공급 가능량은 8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식량생산에 경작지부족보다 농업용수 부족이 더 큰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2백50개 강(江)유역에 맞대 살고 있다.흐르는 강물에 국경이 분명치 않고 상류와 하류지역 국가간에물을 둘러싼 긴장과 적대감은 갈수록 고조된다.나일.니제르.티그리스.메콩.브라마푸트라.갠지스.인더스강의 유역 국가들은 서로 많은 물을 끌어쓰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다.물은 지정학적 전략에다이너마이트같은 존재며 「궁극의 안보」로까지 표현된다.물 전쟁은 나라끼리만이 아니다.미국에서 캘리포니아.네바다.유타.애리조나등 7개州가 콜로라도강 하나에 매달려 있다.「강에 관한 협약」으로 질서가 유지되고 있지만 암투와 갈등은 치열하다.네바다 사막에 인공으로 건설된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하루평균 1인당 물소비량이 3백갤런으로 전국 평균의 두배다.카지노 붐을 타고 인구는 한 州에 1천명 꼴로 늘고 있다.인근 州들에 눈엣가시다.
물 부족의 심각성은 기후적 가뭄이 아닌 「구조적 가뭄」에 있다.근년들어 심한 가뭄끝에 집중호우등 강우량이 일시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연간 전체 강우량은 일정한 추세다.반면 인구증가.
산업화.도시화에 얹혀 농업용수.공업용수.생활용수는 날로 늘고 있다.「물의 정치」(hydro-politics)라는 새 연구분야도 등장했다.
우리에게 물 전쟁하면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水攻)에 맞선 평화의 댐 건설을 상기시킨다.서울을 물속에 잠기게 하는 「물폭탄」은 만화같은 도상(圖上)게임이다.한강.탐진강.섬진강등 주요 수계(水系)의 물이 모자라 2002년께부터 물 부 족이 우려된다고 한다.각종 개발사업에 앞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물 안보」대책이 더 급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