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한국에 더 많이 투자했어야 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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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몇 년 전 한국에서 큰 기회가 있어 상당한 돈을 벌었다. 더 많이 투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3일(현지시간) 한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운 심정을 털어놨다.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앞서 이뤄진 한 인터뷰에서다. 버핏은 현재 포스코 주식의 4%를 보유 중이며 과거에도 한국 기업 20여 곳에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비롯된 세계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나아지겠지만 개인들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인수 관련 뒷얘기도 털어놨다. 그는 “책임 있는 인사로부터 인수하라는 전화를 받았으나 당시 자금 650억 달러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버핏에게 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가끔 재산의 75%를 한곳에 투자하고 싶은 때가 있다”며 “드물지만 이런 때가 오면 전 재산의 75%라도 투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단 “재산의 500%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빚을 내 투자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유로나 파운드에 투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은 사상 최대인 3만1000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주주들은 5시간에 걸쳐 건강 문제나 후계자 선발 등 각종 질문을 던졌다. 버핏과 찰스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재치와 혜안이 돋보이는 답변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한 7세 소년은 버핏에게 시카코 프로야구팀을 인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버핏은 “그 나이면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나 나로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해 청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오마하(네브래스카)=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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