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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연예인 감정적 발언이 어린 팬들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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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중 연예인들이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가수 세븐은 2일 미니홈피 제목을 ‘미친 소? 머슴이나 먹으라 그래!’로 바꾸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탤런트 김민선도 1일 미니홈피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장이 커지자 관련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탤런트 김가연도 미니홈피에서 “장관님들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1년간 시식해 달라”고 요구했다. 탤런트 하리수·김혜성·이동욱 등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이들의 발언은 네티즌의 ‘펌질(글을 다른 게시판에 올리는 것)’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너도 나도 한마디=TV 예능 프로그램도 광우병 논란을 다루기 시작했다. 3일 ‘쇠고기 수입 개방을 걱정하다’는 주제로 방영된 MBC 버라이어티쇼 ‘명랑 히어로’에서 DJ DOC 멤버 이하늘은 “대통령이 잠이 덜 깨서 그런 결정을 한 것 아니냐”고 빈정댔다.

만화가 강풀은 조미료 가루가 서서히 소머리로 변하는 내용의 ‘미국산 쇠고기 들어와도,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만화를 자기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이 만화는 무분별한 대량 펌질을 허용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힙합가수 김디지도 미니홈피에 ‘매드 불(mad bull·미친 소)’이라는 노래를 올렸다. 스타들의 미국 쇠고기 반대론이 방송·인터넷·가요·만화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카더라’의 확대 재생산=예전에도 대중 스타들은 대선·총선 등에서 자신의 지지자를 분명히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연예인들이, 특히 젊은 스타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고려대 현택수(사회학) 교수는 “스타들은 사회성 강한 발언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또 자신의 위상을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국의 투명하지 못한 정책에 대한 네티즌의 불만과 스타들의 파워가 합세하며 파장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수입 쇠고기를 먹느냐 마느냐는 좌파든 우파든, 지식인이든 연예인이든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문제”라며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 주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연예인들의 비판을 상당 부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타들의 발언은 팬들의 댓글과 함께 인터넷 공간에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식 소식이 확산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컨대 일부 연예인의 미니홈피에는 “미국은 광우병 때문에 죽는 경우가 13%(혹은 25%), 우리나라는 95%다” 등의 사실이 아닌 댓글이 오르기도 했다.

◇스타일수록 신중하게=네티즌들은 스타들의 발언에 신속하게 반응했다. ‘그래도 난 우리나라를 사랑하는데’라는 장문의 글을 팬 카페에 올린 탤런트 이동욱의 경우 4일 네이버 인물검색어 순위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이라는 무한공간과 스타라는 상징성이 만난 결과다.

문화평론가 최혜실(경희대 국문과 교수)씨는 “감성적인 매체인 인터넷에서는 전문가보다 스타가 더 권위를 갖기 때문에 이들의 발언이 그만큼 폭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현(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자기 의견을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어젠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타 파워와 인터넷의 선정성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현택수 교수는 “청소년에 대한 영향력이 큰 스타들의 발언은 객관적 정보와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런 만큼 스타들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선민·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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