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전쟁과 분단은 현재진행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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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마니별
김원일 지음,
강,
384쪽, 1만1000원

전쟁의 상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갑남을녀의 일상을 할퀸 전쟁의 상흔은 한 개인의 일생을 지배할 뿐 아니라 몇 세대를 쉽사리 건너뛰어 지속된다. 『마당 깊은 집』의 작가 김원일이 돌아왔다. 여섯 편의 신작 소설을 엮은 소설집과 함께다. 분단문학의 대표 작가답게 그는 이번 책에서 다시 한번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김질해냈다.

표제작 ‘오마니별’은 한국전쟁 통에 가족을 잃고 전쟁고아로 반세기를 살아온 한 노인이 죽은 줄 알았던 누이와 재회하는 이야기다. 피난길에 단둘이 남은 오누이는 밤하늘의 별을 ‘오마니별’이라 부르며 죽은 어머니를 그렸다. 기억을 잃은 채 평생을 산 노인과 해외 입양아로 산 탓에 모국어를 완전히 잊은 오누이. 5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서먹함은 잊었던 ‘오마니별’을 떠올리는 순간 북받치는 감격으로 변한다.

전쟁시절 통영 언저리 용초도 포로수용소 경비병으로 일했던 노인의 고백을 그린 ‘용초도 동백꽃’은 슬픈 사랑 이야기다. 젊은 시절 그는 포로로 수용된 한 인민군의 여동생 순임을 만난다. 오빠의 안위를 걱정해 그를 찾아온 순임과 그는 사랑에 빠진다. 핏빛의 동백꽃이 처연하게 피어난 3월의 어느 날 반공·친공 포로 간에 싸움이 폭동으로 번져 수용소가 불탄다.

이 틈을 타 그는 순임의 오빠를 빼내 가족에게 넘겨준다. 배를 타고 가족과 함께 급히 떠나는 순임에게 그는 “기다릴 테니 5년 뒤 용초도의 동백꽃이 피어나는 3월 첫 주에 만나자”고 외친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50년 세월 동안 단 세 차례 애틋한 만남을 가진다. 이제 칠순 노인이 됐지만 여전히 3월 용초도를 찾은 그는 오지 않는 순임을 기다리며 사랑을 추억한다.

이외에도 북파공작원이 된 전쟁고아 친구의 사연 ‘임진강’, 북한 잠입 선교에 나선 목사의 이야기 ‘카타콤’ 등 여섯 편의 작품 속에서 작가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리면서도 작품이 저마다 고유의 빛깔을 내도록 변주해냈다. 작가 개인의 체험이 툭툭 묻어 나오는 문체는 아름답고 구성지다.

책은 단순한 전쟁 후일담이 아닌 한국 사회가 현재진행형으로 앓고 있는 통증에 대한 보고서다. “전쟁과 분단을 기억하는 것은 나의 책무”라는 작가의 말처럼 반세기 전의 슬픈 민족사를 잊은 세대에게 신선한 체험이 될만한 책이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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