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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복숭아뼈’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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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목련·진달래·개나리·벚꽃에 이어 복숭아꽃이 만개해 봄꽃들의 향연을 이어 가고 있다. 중국 진(晋)나라 때의 고사인 무릉도원(武陵桃源)의 배경은 복숭아꽃이 만발한 계곡이었다.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義兄弟)를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도 복숭아꽃이 활짝 핀 밭에서 이루어졌다.

복숭아꽃의 한자어는 도화(桃花)다. 순 우리말인 ‘복숭아’의 준말은 ‘복사’이며, ‘복숭아꽃’의 준말은 ‘복사꽃’이다. 따라서 ‘복숭아꽃=복사꽃’ ‘복숭아나무=복사나무’다. 그렇다면 ‘복숭아뼈=복사뼈’도 성립할까. ‘복숭아뼈’ 또는 ‘복사뼈’는 발목 부근에 안팎으로 둥글게 나온 뼈를 이른다. 불행히도 ‘복숭아뼈=복사뼈’는 성립하지 않는다. ‘복사뼈’만이 표준어다.

‘복사’가 ‘복숭아’의 준말이므로 ‘복사뼈’와 ‘복숭아뼈’가 같은 말이어야 함에도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복사뼈’는 일종의 의학 용어, 즉 전문 용어다. 둘 다 써도 되겠지만 전문 용어로 ‘복사뼈’만 사용하고 있어 ‘복사뼈’를 표준어로 선택하고 ‘복숭아뼈’를 버렸다. 표준어 선택의 문제이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 용어와 관련해서는 ‘두려움증’도 ‘두렴증’, ‘어지러움증’도 ‘어지럼증’이 표준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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