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강령 왜 개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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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옛 강령 2조:우리는 조국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고 내정을간섭하는 美제국주의자를 괴수로 하는 일체의 외래침략자들을 철거시키며 그의 앞잡이 괴뢰도당들을 고립시키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독립을 위하여 헌신한다.
◇새 강령 6조:우리는 전민족 대단결의 기치 아래 70만 재일동포들의 민족적 단합을 이룩하고 북과 남 해외동포들과의 민족적 유대를 강화 발전시키며 온갖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단호히 배격하고 연방제방식으로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성 취하는 데 모든 힘을 다한다.
15일 끝난 조총련(朝總聯)제17차 전체대회는 두가지 점에서주목을 끈다.
하나는 창립 40년만에 처음으로 강령을 개정해「美제국주의 침략자」라는 표현을 삭제한 점이고,다른 하나는 원로(88세)인 한덕수(韓德銖)의장을 유임시킴으로써 조직의 기존 질서를 흔들지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론 김정일(金正日)의 신임이 두터운 허종만(許宗萬)책임부의장이 조직을 이끌고 가는 길을 택한 점이다.
15일 채택된 새 강령은 55년 5월 조총련 결성당시의 강령과 마찬가지로 전문(全文)8조로 구성돼 있다.그러나 내용은 획기적일 만큼 변했다.형식상으로는 金正日의 최근 논문인「재일 조선인운동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데 대하여 」를 조총련이 새 강령으로 구체화하는 모양새를 밟았지만,초점은 역시 변화하는 北-美.北-日관계에 대응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하는 데 맞추어졌다.
이에따라 새 강령에서는 옛 강령 2조의「미제국주의자를 괴수로하는 일체의 외래 침략자」「앞잡이 괴뢰도당」이라는 문구가 전면삭제됐다.조총련의 이같은 변화로 미루어 볼 때 북한이 7차 당대회를 열 경우 노동당 규약도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現노동당 규약엔「남조선에서 미제국주의 침략군대를 몰아내고」「일본군국주의의 재침기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와 지배주의를 반대한다」는 등 미국.일본과의국교수립과 엇갈리는 대목들이 들 어 있다.
옛 강령에서「조국의 평화적 통일독립」이라고만 표현했던 통일방안에는「전민족대단결」과 「연방제 방식」을 새로 명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경제난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새 강령 6조다.「조국과의 합영.합작과 교류사업을 경제.문화.과학기술의 여러분야에서 강화하여 내 나라 내 조국의 부강발전에 이바지한다」는내용으로,앞으로 조총련 조직을 통한 대북 경제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이 분야는 許책임부의장이 전담할 것이 확실하다.조총련은 지난 6일 40세이하의 조총련계 상공인을 중심으로「재일본 조선청년상공회의」라는 새 조직을 산하에 창설,대북경제지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조총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지금까지 12개 국(局)으로 구성돼 있던 조직에서 총무국.기획국.조국방문국 등 3개 국을 줄여9개국으로 축소하는 등 군살을 뺐다.그러나 韓의장을 포함한 총11명의 의장단에서는 평의장 2명만이 바뀌는 등 지도부 인적구성에는 큰 변동이 없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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