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 극빈國 부채탕감용 기금검토-英 파이낸셜 타임스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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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산주의가 무너진 시장경제 체제에서 빈부국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아프리카등 가난한 나라들은 굶주리고 있다.엄청난 빚을갚을 전망도 경제개혁 가능성도 없다.
이와관련,세계은행(IBRD)이 1천6백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40개 극빈국(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의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기위해 1백10억달러 규모의 국제신탁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4일 英파이낸셜 타임스紙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의 이번 계획이 실현될 경우 상업차관 탕감조치인 「브래디플랜」과 18개서방채권국으로 구성된 파리클럽의 부채경감 조치인 「나폴리조약」에 이어 또하나의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외채는 지난 62년 3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90년에는 1천4백60억달러로 아프리카대륙전체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으로 불어났으며,현재는한해 상환하는 원리금이 수출총액을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취임한 IBRD 제임스 월펜슨총재가 극빈국의 부채탕감에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정책전환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금설치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어디서 그만한 자금을 조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독일.일본등 주요 채권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아프리카 국가의 경제피폐는 외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생각이다.경제개혁과 부채상환을 위한 자구노력이 전혀 없고 무엇보다 가난을 퇴치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나라에 부채만 줄여줄 경우 다른 국가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세계은행이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이같은 논의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으며 세계은행의 공식입장도 아니다』고 해명한 것도 이같은 어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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