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더기꼴 된 세법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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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종합과세되는 금융소득의 범위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당정간 합의된 내용을 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관해서는 정부방침이 수용된 반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들어있지 않던 법인세.소득세.양도소득세등에 상당한 손질이 가 해졌다.한마디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그동안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야기해 온 종합과세논란에 서둘러 종지부를 찍은 것은 어찌 됐든 다행이다.또 그 방향이 금융소득에 대한 예외없는 과세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쪽으로 잡혔다는 것도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또한 이번 당정협의 과정에서 추가된 법인세율의 인하나 소득세의 과표단계조정을 통한 세금경감,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요건의 완화등은 기업.가계의 전반적인 세부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선심이든 아니든 납세자로서는 일단 나쁘다 할 것은 없을지 모른다.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먼저 지적치 않을 수 없는 것은 세법개정에 임하는 정부와 집권당의 자세다.세법개정의 파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여론수렴등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실종된채 갑작스레 합의안을 내민 꼴이다.나라살림과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 법개정이 이렇듯 즉흥적으로 이뤄져서는 정책의 신뢰성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 세법개정안의 내용도 문제다.이번의 소득세 과표조정을 통한 세부담 경감은 연소득 3천만원 이상의 소득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따른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저소득층과의 형평도 생각해야 한다.양 도소득세의 비과세요건완화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시기와 맞물려 부동산투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예정에 없던 각종 세금의 인하로 빚어질 세수감소에 대한 대책이 서 있느냐는 점도 문제다.내년 세수전망이 확실치 않은터에 1조원 가까운 세금이 준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사회간접자본의 투자나 복지.교육등 재정확대 가 필요한 분야는 아직 많다.더욱이 우리에게는 통일을 대비한 세원의 사전확보 필요성도 있다.세금을 깎아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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