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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어워즈] 깜짝 객석공연에 1500여 관객들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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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시상식 자체가 한 편의 뮤지컬이었다. 끼 많은 배우들의 한바탕 재주 자랑에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수상자 보안, 시상식 사이사이 관객을 놀라게 한 깜짝 쇼까지.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가 열린 28일 밤, 서울 국립극장은 춤과 음악과 웃음과 눈물의 향연이었다. 참석 배우와 관객 모두가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맛보기로 진수성찬=미국 시카고와 강원도 영월, 15세기 파리와 음습한 런던의 뒷골목이 한 무대에서 펼쳐졌다. 열 개 남짓한 공연의 하일라이트만 모은 ‘브릿지 공연’이었다. 포문을 연 히로인은 사회자 옥주현. 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으로 등장해 농염한 록시의 매력을 과시했다. 그런가 하면 ‘싱글즈’의 빨간 하이힐 침대에 누워 스물아홉 살 나난의 싱숭생숭한 속내를 고백하기도 했다. ‘라디오스타’의 록스타 최곤이 부르는 ‘비와 당신’으로 고조되기 시작한 분위기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 장면으로 웅장함을 더했다. 금발머리 트랜스젠더 ‘헤드윅’의 열광적인 콘서트가 관객의 심박수를 높이더니 ‘이블데드’의 좀비들이 무대를 헤집어 놓았다. ‘스위니토드’ 팀은 최우수외국뮤지컬상 수상 직후 ‘스위니토드의 발라드(The ballad of Sweeney Todd)’를 공연해 자축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진행도, 무대도 파격=시상식의 문법이 깨진 두시간이었다. 남경주·이석준·옥주현은 제 자리에서 대본만 읽는 꼭두각시 MC가 아니라 무대로 뛰어들어 축제를 함께 즐겼다. 두 남자는 시상식 초반 ‘맨 오브 라만차’를 패러디한 입담 대결로 웃음을 유도했다. 특히 이석준은 능청 맞은 말솜씨로 공연 내내 감초 노릇을 했다. 진행자와 배우가 역할을 바꾸기도 했다. ‘헤드윅’으로 오랜 무명에서 벗어난 배우 오만석이 역대 헤드윅들을 소개하자, 헤드윅 출신인 이석준이 MC석에서 벗어나 히트 넘버 ‘앵그리 인치’(Angry inch)를 선사했다.

무대도 형식을 파괴했다. 카메라는 구석구석 튀어나오는 깜짝 쇼를 비추기에 바빴다.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강PD를 맡았던 최정윤은 영화 화면으로 먼저 인사하더니 곧 2층 무대에서 ‘비와 당신’을 소개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로 분한 남경주는 2층 무대에 설치된 철창 너머로 에스메랄다 옥주현에게 러브송을 바쳤다. 하이라이트는 ‘이블 데드’ 공연. 난데 없이 나타난 좀비들에 객석이 화들짝 놀랐다. 1500여 팬들은 좀비들의 핏빛 안무에 유쾌하게 박수를 보냈다.

◇긴장감 속 화합 한마당=지난해 첫 시상식 때와 마찬가지로 수상자 엄중 보안이 시상식의 긴장감을 높였다. 때문에 당황한 수상자도 있었다. 남우인기상을 탄 뒤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준비 중이던 윤형렬은 남우신인상으로 호명되자 무대 뒤에서 곱추 콰지모도 분장 그대로 달려나와 폭소를 샀다. ‘헤어스프레이’로 여우신인상을 탄 왕브리타는 “혹시나 해서 소감을 준비했는데 막상 타게 되니 다 잊어버렸다”며 숨고르기 바빴다. 남우조연상을 탄 김성기는 “여기 와보니 수상 욕심이 생겼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옥주현은 사회자석에 있다가 여우주연상으로 호명되자 대본을 든 채 시상석으로 걸어나가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시상식에서 볼 수 없는 뮤지컬 관계자들만의 돈독한 분위기도 이 날의 자랑이었다. 연출상을 탄 ‘맨 오브 라만차’의 데이비드 스완이 해외에 있어 제작사 대표가 대리수상한 것을 제외하고는 수상자 전원이 참석해 상의 권위를 빛냈다. 최우수창작뮤지컬 시상 땐 공연계 대선배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로 여배우 윤복희씨와 팔짱을 끼고 등장해 갈채를 받았다.

특별 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강혜란·이에스더·이진주·김진경 기자, 영상 부문=임현동·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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