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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하는 중국' 한·미 전문가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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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 퍼킨스 소장(左)과 안충영 원장이 19일 롯데호텔 제이드룸에서 중국 경제의 부상에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한국이 앞으로 수년 내에 경쟁력을 확실히 높이지 않으면 중국에 밀려날 겁니다."

동아시아 경제.사회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아시아연구소장은 "중국 경제의 부상은 도전이자 기회"라며 "한국이 중국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법률 등 서비스 부문에서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부상하는 중국과 동아시아 경제' 세미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퍼킨스 소장은 지난 19일 안충영 KIEP 원장과 대담을 했다. 대담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安원장=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중국 이전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인해 한국에서 일자리가 줄어들자 중국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등 지식기반 산업의 경쟁력을 시급히 높여야 한다.

▶퍼킨스 소장=중국의 급부상에 대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도 경제가 발전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첨단 분야로 진출할 것이다. 중국이 첨단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전에 한국은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

▶安=현재 한국의 기술력은 중국에 비해 3~4년 정도 앞섰다고 본다. 이 기간 내에 한국이 질적 도약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우려된다.

▶퍼킨스=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은 安원장의 생각보다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더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에서의 기술력은 한국이 10년 이상 앞서 있고, 철강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섬유.신발 등 일부 업종은 이미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았다.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한국이 여유가 있을 때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安=중국과의 경쟁은 결국 한국이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사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대륙 경제권과 미국.일본이라는 해양 경제권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물류와 금융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다국적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퍼킨스=중국은 한국에 기회인 만큼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이 많아져야 한다. 또 한국은 상하이(上海) 등 중국 동부 해안지역을 중시하는데 이보다는 지린(吉林).랴오닝(遼寧).산둥(山東) 등 중국 동북지역을 한국 주도의 경제권에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安=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세계적인 원자재난이 발생하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기존의 8~9%대에서 7% 선으로 낮췄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국이 20년 후에도 고성장 추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퍼킨스=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하겠지만, 당분간은 해외 직접투자가 몰리고 있어 중국의 고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해 정치적 불안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으나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정리=정재홍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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