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별다른 성과 없어 세금 쓰며 할 일인가 의문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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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의원들의 해외활동 보고서 내역이 공개되자 정치권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국회가 끝날 무렵 급하게는 2주 전, 길어야 한 달 전에 전문위원들과 대충 협의하고 출장 계획을 잡는다. 그러다 보니 주요 인사들을 만날 수가 없어 결과적으로 외유성 출장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통합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막상 출장을 나가 보면 의원이라고 별다른 성과가 있는 게 아니다. 국민 세금을 써가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해외 출장을 남용할 경우 해외 공관 직원들이 의원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일을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정 국가를 방문하면서 다른 국가에 들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자비로 해결토록 해야 한다. ▶김종률 의원(민주당)=국회의원 회기 중이거나 휴가철에 외교활동을 다녀오는 경우는 자제해야 한다. 또 비행기 업그레이드 같은 초과 비용 부분도 줄여야 한다. ▶정병국 의원(한나라당)=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해외 출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는 신청한 사람이 없는데 예산이 책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 ▶전병헌 의원(민주당)=‘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몇몇 잘못된 사례가 해외 방문의 순기능을 희석시켜선 안 된다. ▶박승흡 대변인(민노당)=수십 년 쌓인 폐단이라 국민들도 포기했고 의원들도 거리낌 없이 관행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대안을 찾는 목소리도 많았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보고서 한 권 내는 것으로 끝내고 마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 이를 심의하고 평가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출장을 갈 때부터 목적과 만날 사람을 분명히 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한 의원이 4년 동안 전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상임위 차원이 아니라 의원 각자가 국가를 선택하고 집중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친 비판으로 의원 활동의 순기능마저 훼손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의원은 “국회의원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살게 할 순 없지 않으냐”며 “해외에 가서 견문을 넓히고 청와대나 정부가 다 할 수 없는 외교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의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권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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