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침 맞은 채 걸어 다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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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침술도 진화하는가’.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전통의학 골과(骨科)학술대회장.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의 환자 치험사례가 발표되자 장내는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119 앰뷸런스에 실려올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며 거동조차 못하던 추간판탈출증 환자가 멀쩡히 걸어나가는 장면이 비디오로 소개된 것.

일반적으로 침술은 환자가 정지된 상태에서 시술된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동작침법(MST)은 침을 놓고 환자를 움직이게 하는 기법. 침을 놓는 부위도 다르다. 전통침은 경혈 자리에 놓지만 그는 근육과 인대가 뭉친 부위에 길이 5㎝의 침을 꼽는다. 깊숙이 박힌 침이 환자의 동작에 따라 강하게 자극을 전달하면서 뭉친 어혈(瘀血)을 풀어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 특징은 가벼운 동작도 힘겨워하던 환자가 20분도 채 안 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빠르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근육과 관절이 응축되면 혈액순환이 안 돼 울혈이 되고, 이것이 다시 어혈로 발전해 근육이 뭉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며 “동작침법은 바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시술법”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사였던 부친의 침술을 계승한 그의 동작침법은 지난해 11월 세계임상침구저널에도 소개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임상 효과는 자생임상연구소가 하버드의대 오셔보완대체의학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디스크 임상연구에서도 나타났다. 150명의 환자 중 6개월 추적이 가능했던 128명을 분석한 결과, 109명(85%)은 통증이 없어지거나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높은 호전율을 보였다는 것. 통증지수(VAS)는 병원 방문 시 평균 7.3 수준(통증이 심한 정도를 1에서 10까지 표현)에서 치료 종료 후엔 1.0으로 나타났다. 결과는 5월 중에 국제학회에 보고될 예정.

동작침법은 염좌(삐는 것)로 인한 통증에서 중증 척추질환까지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신 원장은 “턱이나 어깨관절(오십견), 급성 요통, 목뼈 통증 등 급만성 통증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베이징 황성(皇城)고골두 전문병원의 랑펑핀 박사는 무혈성 대퇴골두괴사 환자에 대한 신치료법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대퇴골괴사증은 혈액순환 장애로 골두가 썩는 질환으로 현재는 인공관절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그는 1425명의 환자에게 탕약(승제환)과 전기치료·침구요법을 2년 여에 걸쳐 시행한 결과 뼈가 살아나고 기능장애가 회복된 치료 우량률이 80.5%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세계전통의학골과학회는 근골격계질환을 다루는 한방 정형외과학회. 세계침구연합회와 세계중의학연합회와 더불어 3대 국제한의학단체로 올 학술대회(대회장 신준식)엔 20개국 300여 명의 전통 의학자들이 참석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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