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꿈꾸는 ‘농구 악동’ 바클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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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26면

1980~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를 주름잡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악동’ 찰스 바클리. 45세의 동갑내기 친구인 이 둘은 모두 은퇴해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다. 조던은 고향 팀 샬럿 밥캐츠의 공동 구단주이고, 바클리는 케이블 채널 TNT의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 농구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30년, 40년 뒤 두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ESPN.com의 수석 칼럼니스트 진 워지카우스키가 던진 질문이다.

조던은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또 자신의 이름을 딴 유명한 농구화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조던을 농구 이상의 무엇과 연관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골프장에서의 도박벽을 빼면 말이다).

그럼 바클리는? 현역 시절에는 과격한 경기 스타일로, 은퇴 후에는 우스꽝스러운 골프 스윙과 방송에서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무언가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를 풍겨 온 그가 정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워지카우스키는 “은퇴 뒤 바클리의 삶은 계속 진화 중이다.

그는 조던이 될 수 없었던 하나의 목소리(a voice)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클리는 고향 앨라배마주 리즈(인구 1만1000명)의 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선거는 8월 26일이고 7월 15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치면 된다. 그는 2014년 앨라배마 주지사 선거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지역 신문 ‘더 리즈 뉴스’에 새로 부임한 편집국장 제니퍼 브래디에게 축하전화도 걸었다. 바클리가 “내가 시장에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고 묻자 브래디는 “당신의 낙승이 예상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조던은 현역 시절부터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 왔다. 코트에서는 겁 없는 승부사였지만 민감한 사안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90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흑인 민주당원이자 흑인 인권운동가 하비 그랜트가 지지를 요청하자 조던은 “공화당원도 농구화를 사지 않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워지카우스키는 “조던은 신발 한 켤레라도 더 팔려 하지만 바클리는 세상을 바꾸려 한다. 바클리의 큰 매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사회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기대한다.

비주류 사회를 형성하는 흑인 사이에서는 흑인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다. 바클리가 이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바클리는 16일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 ‘투나잇 쇼’에 출연, “지금 리즈 시의회에는 무능한 이가 너무 많다. 내가 그들보다 잘할 수 있다. 리즈는 내 도움이 필요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바클리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그의 2005년 저서 제목도 "누가 큰 흑인 남자를 두려워하는가?(Who’s Afraid of a Large Black Man?)"인 만큼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코트에서는 조던의 그늘에 가렸던 바클리가 은퇴 후에도 2인자로 머물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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