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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朝.러 우호조약 폐기"의미와 파장-북한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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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가 對북한 군사동맹의 폐기를 통보한데 대해 북한은 「올것이 왔다」는 덤덤한 반응을 보일 것같다.93년 이래 「자동군사개입」조항은 의미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즉각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시간끌기로 불편한 심기를 보일 것이다.그러나 결국 새 조약 체결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국제법상 선린우호관계의 전례에 따르면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담은 한-러 기본조약의 틀을 수용할 듯하 다.다만 과거 조약에 비해 경제협력강화에 비중을 둘 것이다.
북한은 조약에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희망할 것이고 이 부분이 곡절을 겪을 것같다.「자주적 평화통일」에는 통일과정에서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미국 .일본과의 수교협상에서도 이를 제기할 것이라는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北-러 군사동맹 폐기는 북한의 외교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 방향은▲평화공세 강화▲美.日과의 수교움직임 가속화▲중국중시▲유엔 등 국제기구 중시 및 실리위주의 외교다변화 등으로 압축된다.
일단 최근 미국에 요구해온 「새로운 평화체제 수립」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며 평화공세를 펼 것이다.
北-러 군사동맹 폐기로 한반도에서도 냉전의 후퇴가 분명해진 만큼 北-美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등 새로운 평화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당사자는 남북한이어야 한다』면서 주변국들의 평화보증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북한은 北-美간 평화협정체결을 고집해 당분간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북한은 「韓-美-日 삼각군사협력체제의 해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다.
북한은 北-러 군사동맹의 폐기를 계기로 對미국.對일본 관계정상화에 더욱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북한도 『교차승인은 곧 분단고착화』라는 정식에서 벗어난지 오래다.舊소련.동구권의 붕괴에 따라 이념적 지지 및 경제후원 세력을 상실한 조 건에서 북한의對미국.對일본 관계개선은 체제.정권유지나 경제재건에서 사활의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兪英九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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