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왕비 551년 만에 ‘영혼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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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문화제를 앞두고 영월군 동강 둔치 입구에 말을 탄 단종의 모습이 한지로 형상화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월=연합뉴스]

서울 청계천의 물길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17번째 다리인 영도교. 이곳은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내준 단종과 그의 부인 정순왕후가 1457년 눈물의 이별 인사를 나눈 곳이다. 앞선 해 성삼문·박팽년 등 훗날 사육신으로 불리게 된 이들이 단종 복위를 계획하다 발각되자 세조가 단종을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로 귀양 보냈던 것. 이후 세조의 친동생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꾀하다 발각되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자 세조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단종에게 사약을 내린다. 16살 단종과 17살 정순왕후가 영도교에서 나눈 작별 인사는 두 사람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가 됐다.

이 둘의 해후가 551년 만에 이뤄지게 됐다. 서울시 종로구와 강원도 영월군이 27일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군 청령포에서 단종과 정순왕후가 재회하는 내용의 진혼무 ‘천상해후’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 둘의 만남을 재현하는 단막극 형식의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이 행사는 25∼27일 종로구와 영월군이 각각 여는 정순왕후 추모문화제와 단종문화제의 일부분이다. 정순왕후 추모문화제는 25일 서울 숭인동 동망봉에서의 추모제를 시작으로 열린다. 동망봉은 정순왕후가 단종과 헤어진 지 넉 달 만에 단종이 사약을 받고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가 달을 바라보며 남편의 명복을 빈 곳이다. 같은 날 저녁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열린다. 여기서 ‘간택’된 2008년의 정순왕후는 26일 이별의 장소인 영도교 행차와 27일 청령포 해후에서 왕비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종로구는 현재 관내 9개 고등학교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영월군에서도 남자 고등학생을 단종으로 선발한다.

영도교 행차는 동망봉에서 시작해 정업원(지금의 청룡사·숭인1동 소재)∼동묘역 4거리∼청계천 7가∼영도교로 이어지는 약 2.5㎞ 구간에서 펼쳐진다.

종로구 이병호 문화체육과장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우리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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