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 닷새째 상한가 행진 ‘불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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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일화재가 닷새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22일 제일화재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1만7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인수합병(M&A) 경쟁이 불붙으면서 주가는 일주일 새 두 배가 됐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날 제일화재에 대해 최근 5일간 주가 상승률이 75% 이상, 최근 20일 중 최고 종가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23일부터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메리츠화재는 한화그룹의 제일화재 경영권 인수 선언에 관계없이 계획대로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날 제일화재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한화그룹에 대한 선전포고다(4월 22일자 E1면). 일단 24일까지는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의 답변을 기다리기로 했다. 김 의장이 지분 매각을 거부하면 25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공개매수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화그룹 측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22일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동일석유가 장내 매수를 통해 제일화재 주식 6500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이날 한화증권 창구로 65만 주가량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며 “한화 측이 매수에 들어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M&A가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제일화재의 주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만원대 중후반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제일화재가 과연 그 정도 값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다. 제일화재의 22일 기준 시가총액은 4806억원. 한국투자증권이 주가수익비율(PER) 10배를 가정하고 산출한 적정 시가총액 3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보험산업에서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고려하면 M&A 효과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는 메리츠화재 쪽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한승희 연구원은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11.7%(단순합)가 돼 단숨에 업계 2위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 자동차보험 채널 확보로 현재의 자동차보험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게다가 M&A에 실패하더라도 평균 매수 단가가 1만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한화그룹 측은 부담이 큰 상황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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