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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널뛰는 기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9세기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프랑수아 아라고는『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날씨 예측에 학자적 명성을 걸 정직한 과학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그는 빛의 파장이론에선구자였고 1830년 파리 천문관측소장으로 항성 (恒星)들의 지름을 정확히 계측한 업적을 남겼다.그런 그도 날씨의 조화 앞에는 손을 들었다.
근년들어 지구촌의 기후변덕은 갈수록 요지경이다.추위가 극성인미국 시카고 지역에 느닷없는 열파(熱波)가 닥쳐 수백명이 더위로 죽었다.영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티베트고원에선 계절에아랑곳없이 눈들이 녹아내린다.히말라야에선 산불 이 꼬리를 물고,미국 동부 역시 가뭄으로 야산에 산불이 잇따른다.아프리카 사하라에는 우기(雨期)가 오래 지속되고,지독한 집중 호우로 한국의 중부는 물바다를 이뤘다.
이 모두가 우연의 일치인가,아니면 지구온난화의 응보인가.전문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미국 국립해양기상청 과학자들은 76년 이후 20년동안 지구촌을 통틀어 온도와 강우량및 가뭄 정도에서 「기후 극단현상」(climate extrem es)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심한 가뭄끝에 홍수비가 쏟아지고,찜통더위 끝에 살인 한파가 닥치는 식으로 기후가 양극단으로 널뛰는 경향이다.미국에서 이 극단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지만 하나의 이론으로 상정(想定)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한다.
설명이 궁한 과학자들은 단기적 기상이변과 장기적 기상경향간의구분을 강조한다.일시적이고 지역적인 변덕현상들로 전체를 미루어짐작함은 무리라는 경고다.과학자들은 장기적 기상경향에 주력하지만 「72시간이후의 일기변화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기상과학의 현실은 1세기반전 아라고의 예언 그대로다.
금주 1백50개국 대표들이 제네바에 모여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합의문안 절충에 들어갔다.날씨변덕이 더워지는 지구탓이라고 단정은 못하지만 적어도 기후패턴을 혼돈에 빠뜨리고,지구촌저지대를 물에 잠기게 한다는 대목은 주목을 요한 다.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태풍은 지진을 능가하는 최대 재앙으로 지목받고 있다.미국에서 금세기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진의 10배다.
나라를 막론하고 도시개발이 강과 해안지역에 집중돼 태풍과 기후변덕으로 인한 물난리 위험은 갈수록 커진다.가뭄과 물난리의 널뛰기식 재앙에 대비한 물관리체제의 정비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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