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물에 더 투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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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주변의 용인.남양주.광주.이천등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아파트단지를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집을 지어봤자 수돗물을 대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들 지역의 용수난(用水難)을 덜기 위해 하루공급량 2백20만 규모의 수도권 5단계 광역 상수도시설을 하고 있다.이 5단계 공사는 98년에 가서야 완공된다.
그러나 그때 가더라도 이 지역의 용수난은 해결되지 않는다.기존 주거지의 인구도 불어나고 1인당 물소비량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때 가더라도 또 물이 모자라게 돼 있다.
따라서 수도권 5단계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6단계 공사를 벌여야 하는데 국가재정의 한계로 정부에서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6단계가 완성되는 시점은 2002년을 넘겨야 할 것이다.
수돗물이 모자라 집을 못짓고 있는 수도권 일대의 많은 지역에서는 2002년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 대도시 주변 어디고 비슷하다.농촌도 수질이 나빠져 하루바삐 수돗물을 대주어야 하는데 대도시 주변에또 벌써부터 물기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각 가정에 물을 더 공급해주려면 상수도 시설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먼저 강물을 막아 댐물을 확보해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만 보아도 서울.경기도 1천8백만 주민들이 팔당댐 물을 먹고 쓰고 있는데 팔당댐 물은 용량이 1천8백만으로 4일분도 안된다.따라서 소양강댐과 충주댐에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1년내내 팔당으로 흘려보내 쓰고 있다.
소양강댐과 충주댐에서 연간 보내주는 물은 45억8천만으로 현재 수도권 1천8백만 주민이 먹고 쓰는 양과 맞아떨어져 전혀 여유가 없다.
따라서 수도권 6단계 공사가 이루어지려면 동시에 새로운 댐을추가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댐건설은 광역상수도 보다 더욱 힘들다.우리나라의 댐건설비는 20여년전 완공한 29억짜리 소양강댐에 3백21억원이 들었는데 현재 건설하고 있는 9억짜리 용담댐은 1조원이 넘는다.20여년사이에 93배나 늘어난 셈이다.
보상비가 천정부지로 늘어난 데다 요즘은 지역이기주의로 지방자치단체와 해당지역 의원들까지 합세해 댐건설을 반대하고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댐건설은 사면초가의 전투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댐의 건설은 물부족 해결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홍수조절을 위해서도 시급한 상황이다.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지형이 가파르고 여름 한철에만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댐을 많이 만들어 장마철에 한꺼번에 내리는 비를 가둬두고 쓰는 길밖에 없 다.
이번 대홍수를 겪으면서도 또 한번 우리 국민은 현재의 9개 다목적댐 만으로는 홍수 조절에 태부족임을 절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내년도 댐건설 예산은 겨우 올해 수준을 맴돌고 있다.정부 재정 만으로는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댐과 광역상수도사업을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실정인 것이다.
이런 딱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물값을 올려 그 돈으로 물에 더 투자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물도 이제는 모자라는 자원이 되었으므로 쓰는 사람이 그만큼 값을 내도록 해 그 돈으로 혜택 못 받는 사람을 위해 투자하는수밖에 없다.
이미 늦었으나 물에 대한 투자를 지금부터라도 과감히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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