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감못할 미국대사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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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임스 T 레이니 주한(駐韓)미국대사가 주한미군범죄를 둘러싼한미(韓美)간의 갈등은 범죄 그 자체보다 무책임한 한국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다.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특히 『한국 국민은 미군범죄들이 점차 걷잡을 수 없이 돼간다고 믿도록 유도(誘導)되고 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레이니 대사의 이같은 발언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아울러 미군범죄와 관련된 한국민의 반미(反美)감정을 바라보는 레이니 대사의 시각이 잘못 돼도 크게 잘못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미군범죄 때문에 한국민의 반미감정이 최근 많이 고조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미군범죄가 늘어나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또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때문에 미군범죄가 우리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형평에 맞게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도 큰 원인이다.이밖에 우리 국민의 주권.인권의식이 과거에 비해 신장됐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레이니 대사가 마치 한국언론이 반미감정을 부추기는게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것이 아닐 수없다. 레이니 대사가 지적한 지난 5월의 지하철 성희롱사건만 해도 결국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맞은 사람은 한국인이었다.연행된 미군들이 파출소안에서조차 계속 행패를 부려 보다 못한 행인1백여명이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이 사건이 보도기관에 알려졌던게 아닌가.지하철사건에서 미군 4명만 기소된게미국측의 불만이라면,공개적인 장소에서 성희롱과 집단구타를 했는데도 미군이기 때문에 구속 아닌 불구속으로 처리된 것이 한국민의 불만을 사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미군범죄에 관한한 한국민은 피해자고,미국은 가해자의 입장이다.그러므로 미국정부를 대표하는 레이니 대사는 이 부분에서는 기본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바라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손님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것이 예로부터 우리 의 전통이자미덕이지만 손님도 나름대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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