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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방일 첫날 … “일본에 만날 사과하라 요구 안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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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간담회에서 도자기 명인 15대 심수관 오사코 가즈데루로부터 선물받은 다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가운데는 정진 재일동포단장. [사진=김경빈 기자]

20일 오후 일본 도쿄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리셉션에 참석했다. 일본에서의 첫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식에 1000명이 넘는 재일동포가 오셨는데, 추운 날씨에 자리가 없어 서 있던 분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어찌나 미안하던지…취임식을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21일로 잡힌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형식적인 만남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리 머지않은 역사 속에서 마음이 상한 일도 있었지만, 과거만 갖고 오늘을 살고 또 미래를 살 수는 없지 않으냐”며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 공동번영과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자는 약속을 내일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 문제에 대해 “일본에 대해서 만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며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과를 해야 진정한 사과지, 억지로 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지난 정부와는 달리 다른 (사과) 요구는 없지만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더 강화하려 한다”면서 “일본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 기업인들과의 합작이나 진출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사회의 염원인 참정권 보장 문제도 화제였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는 일본에 오고 싶어서 온 사람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온 사람들도 있다”며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잘 살았다. 그러면 이쯤에서는 지방참정권도 주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국 의회와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겠다”며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영주권을 얻으면 3년 안에 선거를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 규범에 맞는 법을 만들었다. 일본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갈라진 조국을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사회 아닌가”라며 “구호나 노래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정말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에 민감한 재일동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한 발언이다.

북한과 일본 간의 외교적 갈등을 야기해 온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따지면 6자회담에서 핵을 포기시키는 것과 북·일 관계의 납치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며 “(하지만) 납치자 문제가 진전이 안 되면서 일본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한국 따로, 미국 따로, 일본 따로였지만 이제부터 함께 힘을 모아 가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일시에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남북한 관계, 북한과 일본의 관계를 풀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 막바지에 “난 다른 욕심이 없으며, 권력을 얻거나 돈을 벌려고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라며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의 기초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도쿄 시내 전 도로엔 태극기와 일본 국기가 나란히 게양됐다.

글=최상연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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